◇짜장면뎐/양세욱 지음/프로네시스 펴냄/272쪽/1만3000원

자장면은 한국 음식일까 중국 음식일까. '짜장면'으로 더욱 친근한 자장면은 그 정체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음식이지만 우리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인기가수 GOD의 노래 '어머님께'에 등장하며 어머니가 싫다고 하셨던 이 음식은 힘겹게 사는 서민의 가난이자 눈물이요 사랑의 메신저였다. 자장면이 아닌 피자나 돈가스였다면 이를 마다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은 단지 기호의 차이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자장면은 가히 남녀노소를 떠나 모든 이들의 입맛과 통하는 음식인 것이다.

이 때문에 자장면은 외식 품목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명박 정부가 선정한 물가 중점관리 52개 품목에 포함되기도 했다. '88만원 세대'로 서민 경제학자로 부상한 우석훈 박사는 "자장면이라도 안전하게 먹게 해주는 것이 서민정책의 출발이고 행복한 국가의 근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자장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중성을 놓고 따져보면 자장면은 이미 한국 음식인 셈이다.

그렇다면 자장면은 도대체 어떤 연유로 한국과 이렇게 가까워진 것일까. 중국인들도 한국식 중국식당에서 자장면을 찾는 탓에 인천의 차이나타운이 그 기원이라는 등 자장면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분분하다. 이에 저자인 한양대 중문과 양세욱 교수는 자장면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내린다.

자장면은 중국 북경 지역에서 각종 야채와 튀긴 춘장을 삶은 면에 비벼먹던 가정식 국수의 한 종류였다. 이후 19세기 말 조선과 청나라가 근대적 외교관계를 모색하던 시기에 조용히 한국에 전해졌는데 일제시대까지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중국식 스타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한국 전쟁 이후 중국 본토와의 교류가 단절되고 정부의 중국문화에 대한 각종 차별 정책이 실시되면서 한국의 중화요리에서는 서서히 '중화'가 자취를 감추고 만다. 특히 화교들이 대부분 한국을 떠나면서 중화요리점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대중식당으로 변모했다. 그 과정에서 자장면은 한국 특유의 형태로 발전했고 대부분의 중국 요리에는 중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들이 빠지게 된다. 간짜장, 유니짜장, 빼갈, 깐풍기, 기스면 등의 용어는 중국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정체불명의 메뉴이자 한국식 중국식당에서만 존재하는 음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식 자장면이 중국 본토에 상륙했다는 점이다. 단절된 시간 동안 독자적으로 변모한 음식이 본토에서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이다. 한국식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을 먹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책은 자장면의 기원에서부터 화교의 퇴출에 이르기까지 한중교류 100년사를 두루 소개한다. 중국과 관련된 우리 현대사의 시대적 풍경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기에는 나눔과 섞임을 이루어낸 자장면의 여정처럼 한국과 중국이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 희망적인 관계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기도 하다. 자장면의 성공에서 한중관계의 앞날을 엿볼 수 있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이지성기자 Ez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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