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희 평전/쉬딩바오 지음/돌베개 펴냄/656쪽/3만3000원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수십년째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등 검소한 생활로 인해 중국인들로부터 청렴결백한 정치가의 표상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명말청초의 유학자 황종희에 심취해있다는 사실이 중국 언론에 보도되자 중국인들의 관심이 이 생경한 인물에 쏠린 적이 있다.
당시 원자바오는 친구로부터 황종희 전집을 선물 받고는 "그의 사상에는 과학성과 민주성이 깃들어 있다. 만민과 함께 근심하고 기뻐해야 한다는 그의 도리를 기억해 힘써 실천해야겠다"는 편지를 썼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지식인들은 중국 지도부가 민주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증거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루소'라 불리는 황종희(1610-1695)는 전제군주제의 폐단을 비판하고 주권은 민의에 있다고 주장한 17세기의 유학자다. 그가 쓴 '명이대방록'은 루소의 '사회계약론'보다 수십년 앞서 출간되며 새로운 사회를 갈망하던 중국 근대 지식인들에게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했다. 삼민주의로 유명한 손문은 일본 망명 시절 혁명단체인 '홍중회'를 결성하며 선전 팸플릿으로 활용했고, 혁명사상가였던 담사동은 전제군주 배척과 인권존중의 측면에서 가장 탁월한 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종희는 명나라 멸망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인물이다. 어린 시절 그의 부친인 황존소는 정권의 탄압으로 옥사했는데 이때부터 그의 사상은 극도로 정치적인 색채를 띠게 된다. 이후 이자성의 반란으로 명나라가 멸망하고 혼란한 틈을 타 청나라 군대가 침입하자 그는 향리의 자제들을 규합해 항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청 왕조가 출범하면서 명나라 부활의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그는 반청운동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 학문에 전념했다.
황종희의 왕성한 저술활동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조선의 실학자였던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등은 청나라에서 활발하게 연구되던 경세치용학 서적들을 조선으로 가져왔는데 주자학 일변도의 강고한 조선 성리학 학풍에 물린 조선 유학자들에게 이러한 실학은 일대 충격이었다. 대표적인 실학서인 반계수록, 성호사설, 목민심서, 동사강목 역시 중국의 저명한 고증학자였던 황종희, 고염무, 왕부지 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황종희의 사상을 다룬 책은 꽤 많다. 중국에서는 1950년부터 그의 사상과 철학을 다룬 책이 쏟아져 나왔고 일본, 대만, 미국 등에서도 그의 대표작인 명이대방록이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 출간된 황종희 관련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황종희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평전은 그동안 발표된 학계의 여러 성과를 두루 반영하면서도 저자의 독특한 견해를 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중국 중세를 풍미했던 황종희의 삶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해서도 줄기차게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지성기자 ezscape@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수십년째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등 검소한 생활로 인해 중국인들로부터 청렴결백한 정치가의 표상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명말청초의 유학자 황종희에 심취해있다는 사실이 중국 언론에 보도되자 중국인들의 관심이 이 생경한 인물에 쏠린 적이 있다.
당시 원자바오는 친구로부터 황종희 전집을 선물 받고는 "그의 사상에는 과학성과 민주성이 깃들어 있다. 만민과 함께 근심하고 기뻐해야 한다는 그의 도리를 기억해 힘써 실천해야겠다"는 편지를 썼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지식인들은 중국 지도부가 민주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증거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루소'라 불리는 황종희(1610-1695)는 전제군주제의 폐단을 비판하고 주권은 민의에 있다고 주장한 17세기의 유학자다. 그가 쓴 '명이대방록'은 루소의 '사회계약론'보다 수십년 앞서 출간되며 새로운 사회를 갈망하던 중국 근대 지식인들에게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했다. 삼민주의로 유명한 손문은 일본 망명 시절 혁명단체인 '홍중회'를 결성하며 선전 팸플릿으로 활용했고, 혁명사상가였던 담사동은 전제군주 배척과 인권존중의 측면에서 가장 탁월한 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종희의 왕성한 저술활동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조선의 실학자였던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등은 청나라에서 활발하게 연구되던 경세치용학 서적들을 조선으로 가져왔는데 주자학 일변도의 강고한 조선 성리학 학풍에 물린 조선 유학자들에게 이러한 실학은 일대 충격이었다. 대표적인 실학서인 반계수록, 성호사설, 목민심서, 동사강목 역시 중국의 저명한 고증학자였던 황종희, 고염무, 왕부지 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황종희의 사상을 다룬 책은 꽤 많다. 중국에서는 1950년부터 그의 사상과 철학을 다룬 책이 쏟아져 나왔고 일본, 대만, 미국 등에서도 그의 대표작인 명이대방록이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 출간된 황종희 관련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황종희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평전은 그동안 발표된 학계의 여러 성과를 두루 반영하면서도 저자의 독특한 견해를 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중국 중세를 풍미했던 황종희의 삶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해서도 줄기차게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지성기자 ez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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