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여파… "한국시장 소통 포기 아니냐" 지적


외국계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국내 홍보 조직을 잇달아 폐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지만 이미 국내서 100억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 한국시장과의 소통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외국계 보안 SW 업체인 A사는 최근 국내 홍보조직을 없앴다. 홍보 담당 직원에 갑작스레 해고를 통보한 것은 물론 후임자도 지정하지 않았다. 아태지역의 실적 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마케팅 인력에 대한 감원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외국계로 관리 SW 업체 B사는 지난해 하반기에 조직 개편을 통해 국내 홍보 업무를 중단했다.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 등 아태지역 전반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기존의 기업 홍보 업무는 아태본부로 통합하고, 기존 홍보 담당 직원은 채널 마케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밖에도 성능관리 SW 업체인 C사 등 중소규모 한국지사들이 지난해 말 홍보, 마케팅 조직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이미 마쳤으며, 대형 SW 기업들도 국내 신규 채용을 동결하거나 조직개편을 통해 업무를 조정하거나 홍보 마케팅 비용 통제를 강화했다.

이처럼 외국계 SW 기업들이 잇달아 홍보조직과 역할을 축소, 폐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 지사의 경우 자체 연구개발 기능 없이 영업조직으로 꾸려진 경우가 대다수고 홍보 조직은 뚜렷한 매출이 없는 대표적인 `비용조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홍보 업무 특성을 무시한 근시안적 대처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등 서구문화권에서 만든 제품의 경우 국내 실정에 맞는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국내 홍보 조직 대부분이 이미 마케팅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들의 매출 기여도에 대해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개발자나 학생 등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의 철학과 향후 기술 발전 로드맵을 알리는 에반젤리스트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의 조직 축소 움직임이 기술 보급 없는 `영업 올인' 흐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매출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기업들이 국내 시장과의 소통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고 자사 제품만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그동안 이들 업체이 기술 보급을 통한 SW 생태계 복원과 불황기 공격적 투자, 브랜드 가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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