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석 시만텍코리아 대표


지난 2008년 하반기 미국 금융대란에서 비롯된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는 이제 우리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IT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2009년 IT 투자에 미친 영향에 대한 한국 IDC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IT 투자 전망은 전년대비 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IDC는 이어서 올해 IT 담당자들의 가장 큰 화두는 IT 운영비용 절감이며 따라서 IT 투자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시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의 '2009년 사회 경제 및 IT 분야 전망' 보고서 역시 국내 IT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경기 침체를 제시하며 불황 극복을 위한 비용 절감을 주요 키워드로 꼽고 있다.

이처럼 IT 투자의 전반적인 위축은 보안 관련 투자 및 예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08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평가' 결과에서 조사 대상의 87.6%가 보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보안 정책을 갖추고 있지 않은 기업이 74.4%에 달한다. 네트워크 보안과 서버보안을 구축하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31.6%와 26.1%에 그쳤다. PC 보안 시스템의 경우 74.1%가 운영 중이나 바이러스 대응에만 제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IT 및 보안 투자 여력이 부족하므로 불황으로 인한 타격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기 불황이 사회 전체의 보안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보안 현황은 투자를 축소하거나 우선순위를 낮추어도 무방한 수준일까. 지난해 만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개인 정보가 유출됐으며 지난해 기업연구소를 보유한 1500개 중소기업의 15.3%가 기술 유출을 경험했다. 이 외에도 금융권 해킹, 분산서비스거부공격(DDoS)으로 인한 웹서비스 중단까지 각종 보안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다수의 보안 사고로 사회적 관심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2009년 1월부터 국내 금융 기관의 개인 정보를 중국 해커들이 빼내 판매한 일이 있었으며 공공기관의 서버를 200여 차례나 침입, 내부 자료를 빼낸 사건도 발생했다.

최근 발생한 주요 보안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제 보안 위협은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며 정보를 대상으로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보안 사고의 가장 심각한 피해는 바로 기업과 개인에게 있어 가장 귀중한 자산인 정보의 손실을 겪게 되는 것이다. 정보의 손실은 그 자체도 심각하지만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정보 유출 사고의 경우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선고가 내려진 바 있으며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피해자들은 유출 기업을 대상으로 2000억원이 넘는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말한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은 건당 피해 금액이 9억1000만원에 달한다. 개인정보 유출의 경우 유출된 개인 정보가 보이스피싱, 스팸 등의 대상이 되거나 관련 범죄에 악용되는 등 정보의 주인인 개인 또한 피해를 겪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는 경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정된 자원을 갖고 가장 우선순위가 높고 가장 효과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대상을 선정하는 것에는 조금 더 신중을 기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선순위는 당장 필요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날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자산인 정보와 직결된 보안은 장기적 관점에서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 돼야만 한다. 오늘 그랬듯이 내일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방심만으로 소중한 우리의 정보를 지켜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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