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기본 인프라…'독점여부' 첨예 대립

"KT-KTF 합병 때 분리해야" vs "대체망 충분 독점 아냐"
계속되는 '네탓 공방'… 유명무실한 LLU제도 개선 절실



KT-KTF 합병을 둘러싼 논란에 '필수설비'란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필수설비란 통신주, 선로, 관로 등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지칭합니다. KT가 보유한 이런 설비가 KT의 지배력 원천이자 불공정 경쟁의 원인이기 때문에 KT-KTF합병 때 이를 분리해야한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이 맞서는 형국입니다. 필수설비가 도대체 뭐길래 이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일까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르면 필수설비는 기본적으로 대체와 복제와 불가능하고, 그래서 이를 갖지 못할 경우 지속적인 '경쟁 열위'(競爭 劣位)에 빠질 수밖에 없는 설비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없으면 '살아서 경쟁하기 어려운' 설비인 셈입니다.

때문에 경쟁법에서는 이런 필수설비를 한 기업이 독점할 경우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이를 해소할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KT 경쟁사들은 KT가 그간 전국에 깔아온 통신주(전봇대), 가입자망(전화국에서 집까지 연결된 구리선 등), 지하에 매설된 통신 관로 등이 바로 필수설비에 해당된다고 주장합니다. 더군다나 필수설비가 없으면 차세대 네트워크인 FTTH(광가입자망) 구축에서도 경쟁제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게 경쟁사들의 주장입니다.

따라서 KT가 KTF와 합병까지하면 이런 경쟁 저해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어 KT의 필수설비를 별도 회사로 분리하거나 중립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는 영국 BT의 필수설비 부문이 분리된 '오픈리치'나 프랑스의 강력한 LLU(가입자망공동활용제도) 등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KT는 이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KT는 가입자망의 경우 이를 대체할 망들이 3개 이상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KT 가입자망이 없더라도 경쟁 열위를 초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KT는 지난 2007년 KISDI의 경쟁상황 평가를 인용, SO들의 케이블TV망 커버리지는 100%, LG파워콤과 SK브로드밴드의 네트워크 커버리지는 각각 97.9%와 88.8%에 달한다는 자료를 냈습니다. 바로 이들 망이 KT의 가입자망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지난 2002년 도입한 LLU로 KT가입자망의 독점성마저 상실했기 때문에 필수설비 요소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KT 관계자 중에는 "이미 경쟁사들은 돈이 되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자가망을 구축하는 등 이른바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을 해왔다"며 "경쟁사들의 필수설비 분리는 돈이 안되는 지역에서 '손 안대고 코 풀려는 행위'"라고 대놓고 반박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바로 유명무실해진 LLU제도에 대한 책임 공방이 그것입니다.

LLU는 지난 2002년 도입된 제도로, KT의 가입자망 등을 후발사업자들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동일한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LLU 사용실적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을 정도로 유명무실합니다.

이처럼 저조한 LLU 실적을 두고 KT는 "경쟁사들이 LLU를 활용할 생각도 없으면서 이를 KT발목 잡기에만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KT경쟁사들은 "KT가 빌려줄 생각도 없고 실제로 빌리기도 어렵다"고 맞받아치고 있습니다.

이런 네 탓 공방은 관로와 통신주 등 전기통신설비를 임차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설비의무제공 제도의 부실화 책임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KT와 KT경쟁사들의 주장은 실제 현장에서 조사라도 해봐야지,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명무실화된 LLU를 포함한 설비제공제도가 필수설비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만은 명확해 보입니다.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설비기반 경쟁을 지향해온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필수설비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대목입니다. 설비기반 경쟁 정책이 대한민국을 통신과 IT분야의 선도국으로 부상시켰음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한편으론 균형 있는 설비기반 경쟁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래저래 방통위의 고민거리가 많아 보입니다. KT-KTF간 합병 추진으로 인해 필수설비 문제가 부상하긴 했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진작에 필수설비 논란에 대해 고민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응열기자 u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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