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가 '정보통'으로… 콘텐츠 결합 '양방향'소통


'바보상자' TV가 인터넷과의 결합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방송이나 PC 화면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던 모니터의 기능에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갖추고 가정에서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정보 통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웹 2.0'에 대비해 새롭게 진화하는 TV에 붙여진 이른바 'HDTV 2.0 시대'가 올해들어 주요 TV 업체들이 인터넷 콘텐츠 업체와 제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TV를 대거 선보이면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초기에 네트워크 연결단자를 붙이고 '인터넷 레디'라는 이름을 단 평판TV가 이제는 콘텐츠와의 본격적인 결합을 통해 진정한 '인터넷 TV'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TV 업체들은 화질이나 화면 크기, 두께 등 TV의 하드웨어적인 성능 개선에 초점을 둔 경쟁을 벌여왔고 지금 현재도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네트워크를 통한 콘텐츠와 TV의 결합을 시도해 왔다.

업계가 TV와 인터넷 콘텐츠의 결합을 시도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당시 삼성전자와 소니, 샤프, 도시바 등 주요 TV 업체들은 평판TV와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 단자를 채택하는 시도를 했다.

삼성전자는 2007년 8월 TV와 인터넷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인포링크' 기능을 지원하는 LCD TV를 선보였다. 인포링크 기능은 TV에 랜선만 연결하면 인터넷 상의 뉴스와 증시 정보를 TV리모컨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소니도 '브라비아 인터넷 비디오 링크'라는 모듈을 적용해 소니의 TV포털 사이트에서 인터넷으로 연결된 동영상과 야후 등 포털, 소니픽처스 등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샤프의 경우 자사 TV 포털인 '액티비아'에 바로 연결해 영화와 뉴스, 주가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같은 기능이 적용되는 품목이 극히 제한적이었고, 사실상 홍보나 마케팅을 위한 주력 포인트로 삼지 않아 널리 활용되지는 못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지난해 과도기를 거쳐 올해부터 전 TV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 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 'CES 2009'는 인터넷 TV, 즉 콘텐츠 TV 시대를 알리는 본격적인 서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인터넷 TV 시장을 공략해 왔고, 올 들어서는 시장 1위의 자신감을 기반으로 '인터넷@TV'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만들며 인터넷 TV 시장 선점에 나섰다. 야후와 제휴해 인터넷 브라우저 없이 각종 포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위젯' 기능을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평판TV 판매목표인 2600만대 중 200만대에 위젯 기능을 탑재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시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를 위해 위젯 기능 구현이 가능한 독자적인 칩셋까지 개발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야후 위젯과 함께 유튜브의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업체와 제휴해 폭넓은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인터넷 TV와 관련 침묵으로 일관하던 LG전자도 올 들어 구체적인 전략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브로드밴드TV라는 브랜드를 선보이며 처음으로 인터넷 TV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그동안 숨겨놓았던 전략을 드러내듯 넷플릭스, 야후, 유튜브 등과 제휴해 한꺼번에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 콘텐츠를 대거 선보였다. 또 과거 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에서 운영하던 별도의 콘텐츠팀을 조직개편과 함께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로 이관해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영화나 음악 등 콘텐츠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해 독자적인 콘텐츠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소니나 샤프, 도시바 등 일본 TV 업체들도 글로벌 콘텐츠 시장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소니는 야후와 제휴해 '브라비아 위젯'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콘텐츠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TV 업계가 이처럼 하드웨어인 TV에 인터넷과 콘텐츠의 결합을 시도하는 것은 성장한계에 봉착한 TV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IPTV 시대에 대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인사에서 삼성전기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종우 삼성전자 전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도 IPTV가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TV와 네트워크, 인터넷의 결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콘텐츠 업체들과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TV 업계의 인터넷 TV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기존 TV 및 콘텐츠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TV 업체들의 콘텐츠 TV 지향점이 방송 업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폐쇄적인 콘텐츠 서비스와 달리, 양방향이면서 공개돼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TV 업체들이 추진하는 인터넷 TV 전략에 따라 방송과 하드웨어간의 격돌 및 콘텐츠 업체간 이합집산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근형기자 r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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