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다날엔터테인먼트 본부장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0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7년 국내 전체 게임 시장 규모는 총 5조 1436억원이다. 이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비디오 게임시장이 전년대비 208% 늘어난 4201억 원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빠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던 것은 닌텐도에서 발매한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와 게임 콘솔 위(Wii)등이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8년 말까지 닌텐도DS 누적 판매량 150만 대, 위(Wii)는 30만대로 불과 2년만에 18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2002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소니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6년 동안 플레이스테이션(PS2, PS3, PSP 포함) 160만대, X박스 (X박스360 포함) 20만대를 판매한 것을 감안한다면 경이적인 기록이다. 특히 이 게임기들이 시장 진입 당시 차세대 미디어 플레이어와 네트워크 플레이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마니아용' '흥미로운 가전기기'라는 인식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닌텐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한국 사정을 잘 파악한 밀착형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닌텐도는 제품 출시 초기부터 장동건, 이나영, 송혜교, 원빈 등 소위 톱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활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친밀감 이미지를 주었으며,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등 인파가 밀집한 지역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체험관을 운영하여 고객들이 직접 제품을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두 번째로 제품과 제품 카테고리의 포지셔닝을 새롭게 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게임은 부정적이고 어두운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게임기의 실제 구매권을 쥐고 있는 부모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영어 학습, 지능 개발 등 교육에 적합한 게임 타이틀을 한글화해, '게임 = 놀이'라는 등식을 탈피하고,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어 시장에서의 저항감을 최소화했다.

또 거실을 게임의 플레이장소로 설정하고,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보였다. 필자 주변에도 식구들과 운동삼아 즐기기 위해 위(Wii)를 샀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실제 구매 능력을 지닌 2030세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위 두 가지의 요소를 보았을 때 닌텐도의 국내 진출은 치밀한 사업 계획하에 이루어졌으며,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닌텐도는 휴대용 게임 타이틀 시장에서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다. 닌텐도DS타이틀 중 3000장이 넘게 팔린 타이틀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전체 이용자의 90% 이상이 불법 복제를 통해 게임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게임 소프트 판매 부진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역시 '현지화'이다. 여기에서의 현지화는 게임 타이틀의 한글화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시장 대응 전략 및 마케팅 정책 현지화의 실수이다. 즉, 국내 시장의 진출 및 초기 현지화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시장 대응에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도로 발달된 정보통신네트워크 인프라와 이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 피해 가능성을 예상치 못했고, 이를 막기 위해 뒤늦게나마 콘솔게임기 위(Wii)에는 일본 게임 타이틀이 구동하지 못하도록 조치하였다.

그러나 이 조치는 결국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게임 팬들과 시장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고, 오히려 소비자들의 원성과 불만만 사고 있다. 그러한 점이 다시 게임 타이틀의 판매에 영향을 미쳐, 결국 저조한 판매 실적을 보이게 된 것이다.

비디오 게임의 수익이 보급된 게임기를 기반으로, 게임타이틀의 판매금액을 게임기 제조사와 게임 제작사가 나누어 가지는 구조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매출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현지화는 서비스 초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 서비스 시작 시점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가 시작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닌텐도의 성공과 실패 교훈을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게임 업체들, 또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모든 기업들이 충분히 새겨봐야할 사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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