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그대로 살린 무쌍시리즈 '정수'

수많은 적을 무장 혼자서 상대
세명의 캐릭터 바로 교체 사용
게임의 볼륨도 역대 최고 수준

삼국지 자의적 역사해석 '우려'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순수 게임 제작사 중 가장 오래된 회사를 꼽으라면 코에이의 이름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설립 30년이나 되었다면 이제 한 물 가거나 과거의 영광에만 기댈 법도 한데, 여전히 뛰어난 게임들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회사로 평가된다. 여기에 이제는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았던 전략 시뮬레이션 일변도에서 과감히 탈피, '무쌍 시리즈'로 대표되는 액션 게임의 명가로 자리잡고 있다.

사실 코에이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시리즈가 바로 '진삼국무쌍'으로 대표되는 무쌍 시리즈이다. 이제까지의 액션 게임들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엄청난 수의 적을 무장 혼자서 상대한다는 독특한 컨셉과 뛰어난 게임성을 자랑했던 무쌍 시리즈는 삼국지를 주제로 한 진삼국무쌍 시리즈를 넘어,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국무쌍 시리즈로까지 확대되었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2(PS2)에서 인기를 끌었던 무쌍 시리즈가 세대를 넘어가면서 약간은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진삼국무쌍의 경우 엑스박스360 버전으로 4편을 먼저 내놓았으나 PS2 버전을 약간 업그레이드 한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다.

심지어 닌텐도DS(이하 NDS)와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로 발매되었던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과연 이 게임을 무쌍 시리즈로 부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낮은 완성도를 보였다. 특히 PSP의 경우 어느 정도 하드웨어의 사양이 받쳐 주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성까지 송두리째 바뀐채로 발매돼 많은 무쌍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PSP 버전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아쉬움을 한 방에 날려버린 것이 바로 '무쌍 오로치' 이다. 무쌍 오로치는 PS2 등 기타 하드웨어 버전과 거의 동일한 게임성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기존의 삼국무쌍 시리즈와는 다른 성장과 조합 시스템은 가히 무쌍 시리즈의 완성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번에 발매된 속편 '무쌍 오로치 마왕 재림'은 그래도 몇 가지 아쉬웠던 PSP 버전의 전작을 업그레이드 한, PSP용 무쌍 시리즈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발매된 모든 PSP 게임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이 게임에서 가장 높이 사야 할 것은 손맛이다. 게임의 감각으로만 따진다면 PS2 버전과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적을 빠른 시간에 베어내는 무쌍 시리즈의 맛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전작인 무쌍 오로치와 마찬가지로 세 명의 캐릭터를 교체해 가면서 사용할 수 있다. 메뉴 화면에서 변경 등을 거치지 않고 단축키만으로 바로 사용 가능할 뿐 아니라, 로딩 스트레스도 없어 초창기 PSP용 진삼국무쌍을 생각하면 거의 격세지감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덕분에 무쌍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인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누르기만 하면 되는 감각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플레이 할 때는 알람이라도 맞춰놓고 즐기길 권한다.

이밖에 전작에서는 타 플랫폼에서 이벤트 무비로 처리된 부분이 단순히 몇 장의 일러스트로만 처리되는 점이 아쉬웠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이벤트 무비까지도 고화질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과연 실제 모습이 그랬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지만, 어쨌든 미형(美形)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무쌍 시리즈의 영상을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확실한 플러스 점수를 주어야 할 듯하다.

게임의 볼륨은 역대 무쌍 시리즈 중 가히 최고 수준을 자랑해 위/오/촉/일본 전국시대/번외 시나리오 등 총 다섯 개의 메인 시나리오와 70여 명의 무장이 등장한다. 여기에 이전 시리즈의 주요 스테이지를 플레이 할 수 있는 드라마틱 모드가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또한 기존의 삼국무쌍이나 전국무쌍과는 달리, 게임에서 얻은 추가 경험치를 분배하여 전투에 사용되지 않은 캐릭터를 키우거나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요소 등도 추가되어 있어, 마음을 진득하게 먹고 즐기려고 한다면 몇 개월은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는 본 게임 자체가 완벽한 오리지널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무쌍 오로치는 무쌍 시리즈의 두 축인 진삼국무쌍 시리즈와 전국무쌍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모두 모은 후 두 게임의 시나리오를 적당히 융합한 뒤, 여기에 몇 가지의 추가 요소를 포함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일면 울궈먹기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으나, 이 정도의 결과물이라면 몇 번이고 우려먹어도 좋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단, 이 게임에서 느껴지는 일말의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일본 역사를 중심으로 삼국지를 등장시킨다는 그 발상이, 왠지 그네들에게서(어떤 의미로든) 가끔 볼 수 있는 자의적 역사 해석, 왜곡과 그 궤를 같이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게임을 접한 어린 세대들이 삼국지를 자신들의 역사 중 하나라고 인식하게 되는 일이 과연 없을까.

여기에 이 게임의 실질적인 가치는 PS2 버전보다는 PSP 버전에 있다고 보이는 데 반해, 정식발매 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도 조금 아쉽다. 필자의 경우 워낙 전작의 팬이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생각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게이머들이라면 일단 정식 발매되었던 전작이라도 구해보면 어떨까 한다. 약간의 차이는 좀 있지만, 전작 역시 플레이 감각 면에서는 충분히 훌륭하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