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건 중소기업연구원장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전이되면서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ㆍ소비ㆍ투자지표 모두가 마이너스를 기록하였다. 여기에 고용시장도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10월 1일부터 정부가 총 14번에 걸쳐 중소기업금융을 포함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안정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의지만큼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중소기업 생태계가 회복 불능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KIKO 사태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큰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또다시 자금난으로 도산하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난다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오늘날 기업생태계는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그 연결고리가 무너지면 회복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 단순하게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논하기에는 그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 많던 부품ㆍ소재 중소기업들이 다 무너지고 나면 다음 차례는 누가 될 것인지 답은 분명해 보인다.

중소기업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경제주체들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우선 은행권의 협조가 절실하다. 따지고 보면 작금의 금융시장 불안의 일차적인 원인제공자는 은행들이라 할 수 있다. 은행 자신들이 어려울 때는 정부에 구원의 손을 내밀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은 지극히 이율배반적인 행태라 할 수 있다. 10년전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금이 투입되었는지 우리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들은 이기심을 버리고 경제위기 극복의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기업들도 협력 중소기업을 살리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는 협력 중소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은 외면하다가 이제 와서 납품단가를 깎고자 하는 일은 자제되어야 한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거래 중소기업들을 협력 파트너로 생각해 왔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국내 부품ㆍ소재 중소기업들에게는 저승사자처럼 굴면서 일본이나 해외 부품기업에게는 저자세를 보이지 않았는지 자성해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적어도 대일무역적자가 300억달러에 이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로 협력 중소기업들이 하나 둘 쓰러진다면 나중에 그 피해는 부메랑이 되어 대기업을 덮치게 될 것이다. 지금은 대기업들이 협력 중소기업들의 손을 잡아줘야 할 시점이다. 거래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는 것은 최소한의 상도의를 저버린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발표한 14번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시장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높이는 것은 정책당국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현장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단순히 은행지점 대출 창구를 방문하는 일로 그쳐서는 안되고 본점의 대출 가이드라인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급격하게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재정은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공공구매 확대 및 SOC 등에 우선 투자하여 내수부양과 생산성 제고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기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경영안정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무너질 경우 고용시장의 충격, 부품ㆍ소재산업의 와해 등으로 적지 않은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가 회복되었을 때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지금은 중소기업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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