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정서 확산에도 美 연예산업 호황 구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로 지구촌에 반미 정서가 확산된 가운데서도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세계적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시가 백악관에 있든 없든 배트맨은 배트맨"이라는 게 워너브라더스 제프리 슐레싱어 해외 TV 담당 사장의 말이다.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이용한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CSI(과학수사대)'가 미국보다 더 인기가 높은 프랑스 등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와, 미국의 국가 이미지가 가장 나쁜 중동에서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위성채널인 MBC4는 최근부터 미국 ABC방송의 코믹 가족시트콤인 `8가지 간단한 규칙'을 프라임타임에 방영하고 있고 `오프라 윈프리쇼'도 인기가 높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일 보도했다.

미국영화협회에 따르면 미국 제작 영화가 해외에서 거둔 수입은 2003년 109억달러에서 2007년 170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미국 내 수입은 92억달러에서 96억달러로 큰 변화가 없었다. 9.11 이후 중동의 반미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동원됐던 소프트파워가 부시의 책사인 칼 로브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당초 기획 의도와는 맞지 않지만 결과만놓고 볼 때는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로브는 9.11 테러 직후 미디어산업의 리더들을 수차례 불러모아 "음악, 영화, TV 산업을 세계, 특히 중동에 대한 반미정서 차단의 선전도구로 삼아야 한다"며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할리우드가 부시 정권의 외교 실패에 흔들리지 않고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고 해도 미국의 국가이미지는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

조지프 나이 주니어 하버드대 교수는 "부시 집권 8년 동안 미국의 국가 호감도 는 떨어졌다"며 "다만 미국의 문화와 가치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조사가 나오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내년 출범한 뒤에도 부시 시대의 어두운 흔적은 당분간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은 미국이고, 할리우드는 할리우드"라는 전제 아래 연예산업을 통해 "미국 정부와 미국민은 다르다"는 인식을 계속 심어주는 것이 대외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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