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전쟁」/닐 게이먼/황금가지/416쪽ㆍ424쪽/각권 1만1000원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라 불릴 만큼 다양한 문화를 자랑한다. 1400년 전 미국 땅에 온 고대 부족부터 18세기 노예 무역선을 타고 건너온 아프리카 노예에 이르기까지 색깔뿐만 아니라 언어, 문화까지 각양각색인 모자이크 사회다. 때문에 갈등의 여지가 항상 잠복되어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신'들로 대표되는 각 문화가 미국 대륙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것을 기본 설정으로 한다. 신들의 갈등은 각 문화권의 대표주자들 간의 반목보다는 신구 갈등이 주종을 이룬다.

북반구 신화에서 신들의 신으로 군림하는 '오딘', 램프의 요정으로 알려진 '지니' 등 고대의 신들은 옛날이야기에만 등장하는 오래된 존재로 그 세력을 점차 잃어간다. 반면 '미디어', '월드', '테크니컬 보이' 등 현대의 신들은 미국적 가치에 의해 파생된 만큼 사회의 주도권을 쥐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단단히 뿔이 난 과거의 신들이 세를 규합해 전쟁 준비를 시작하지만 이들이 현대 신들로부터 헤게모니를 빼앗아 오는 건 쉽지 않다. '오딘' '지니'를 모르고 살 수는 있어도 오늘날 우리가 '미디어'와 떨어져 살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의 고위층이 되어 권력을 휘두르는 현대의 신들에게 택시 운전사, 매춘부, 사기꾼 등 하층민으로 전락한 고대의 신들이 지닌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과 닮은 인간을 선택해 세를 불린다. 사실 신들의 영향력은 인간에게서 파생된 것이기에 소외된 미국인들을 공략하는 고대 신들의 전략은 안성맞춤인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미국 안에 존재하는 문화간 갈등을 신들 사이의 주도권 다툼과 그에 따르는 다양한 전략 전술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그 대립 속에는 미국의 역사가 양념처럼 버무려져 있다. 물론 그 서사의 끝에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평화와 조화라는 질문이 남겨진다.

이지성기자 ez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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