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00원 이상 폭락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과 경상수지의 흑자 전환 등으로 환율이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증시 복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환율 하락세가 장기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환율 10년9개월래 최대폭 급락…스와프 효과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1시40분 현재 전날보다 124.50원 폭락한 1,30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수준으로 거래를 마치면 전거래일 대비 하락폭은 1998년 1월30일 163.00원 이후 10년 9개월만에 최대폭을 기록하게 된다.

이날 환율 폭락은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으로 달러화 매수세가 급격히 완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은행 외화채무의 국가 지급보증에 대한 동의안이 국회 기획재정위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앞둔 데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되면서 외화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고 있다.

◇불안감 해소ㆍ수급 개선…연말까지 하향안정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한미 간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로 국가 부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 만큼 원화 투매 양상이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은행이 전날 정부 지급보증 없이 4천500만 달러를 조달하는 등 외화조달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외환시장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달 경상수지가 10억 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환율이 연말까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경상수지가 연말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 수출기업 등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재개되면서 환율 하락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윤덕룡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미국이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승인한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시장 국가들을 지원하려고 달러통화스와프 창구 개설을 승인하면서 우리가 외화를 벌어들이지 않더라도 외화가 공급될 수 없는 한계가 해소됐다"며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이후 한동안 환율이 급등락할 수 있지만 외환시장이 차츰 심리적 안정을 찾으면서 환율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실장은 "국제 유가의 급락과 조선업계의 수출 호조 등으로 4분기 중 경상수지가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경상수지를 따라 자본이 이동하는 신흥국 특성을 고려하면 환차손을 우려해 이탈했던 외국 자본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 외국인 복귀 관건

그러나 셀(Sell) 코리아에 나선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환율이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부도 위험이 해소됐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출업체들이 과거 선물환 매도 등으로 미리 달러화를 팔아놓았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무역수지가 14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수출기업의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661억 달러에 달해 대조를 보였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부장은 "외국인이 주식 파는 것을 멈췄지만 세계 경기가 어렵고 국내 신용경색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에 대규모 주식 매수세로 돌아설지는 미지수"라며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만 당하는 문제는 해결됐지만 경상흑자 중 일부가 미리 환율에 영향을 미친 점을 생각하면 환율 하락은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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