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박는 난타전이 되리라던 프로야구 롯데-삼성 간 준플레이오프(준PO)가 삼성의 일방적인 우세 속에 진행되고 있다.

8일 1차전에서 삼성이 12-3으로 대승을 거둔 뒤 2차전에서 롯데의 반격이 예상됐으나 또 삼성이 4-3으로 승리하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표현마저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은 원정에서 2승을 거둬 11-12일 대구에서 열리는 3-4차전 중 한 경기만 이 겨도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다. 벼랑에 몰린 롯데는 3차전에서 사활을 걸어야 할 판이다.

왜 이렇게 싱거운 시리즈가 됐을까. 준PO를 관통하는 큰 경기에서의 경험 유무를 떠나 `준비`를 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 차이가 더 크게 다가온다.

◇모든 패를 공개한 선동열 삼성 감독선동열 삼성 감독은 손에 쥐고 있는 모든 패를 언론에 공개했다. 1-4차전까지 선발투수, 불펜 운용, 준플레이오프에 나설 타순, 부진한 선수를 대체할 새로운 멤버까지. 2004년 수석코치로 삼성에 부임해 2005년부터 삼성호를 지휘 중인 그가 다섯 차례 포스트시즌에서 올해처럼 `투명하게` 모든 것을 밝힌 적은 없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포스트시즌 제도가 올해부터 5전3선승제(준PO)-7전4선승제(PO.한국시리즈)로 바뀌면서 경기 수가 늘어나 선발 투수를 3명이 아닌 4명으로 돌려야 했기에 그만큼 `비밀`이 줄어들었다.

선 감독은 9일 준PO 2차전을 앞두고 "경기수 탓에 3선발로는 도저히 PO, 한국시리즈를 준비할 수 없다"며 선발 로테이션을 공개한 까닭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의 이유일 뿐 선 감독이 히든카드까지 공개한 건 그만큼 롯데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는 뜻이었다.

삼성은 올해 롯데에 상대전적에서 8승10패로 뒤졌으나 이는 어디까지 정규 시즌성적이고 포스트시즌에서는 결코 다르다는 점을 감독부터 신인선수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롯데에 강했던 우월감이 고참부터 막내까지 금세 퍼졌다.

12년 연속 가을 잔치에 나선 팀과 8년 만에 축제에 참가하는 팀과는 아주 차이 가 있다는 사실을 선 감독은 정확히 간파했고 이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경험`에 대한 두려움을 롯데 선수들에게 심어줬다.

정규 시즌 4위가 확정된 뒤 선 감독은 진갑용, 채태인, 권혁 등 부상 3인방의 회복에 전력을 기울였고 롯데 선발 투수 3인방의 분석 작업에 총력을 다했다. 타자들은 치밀한 전력 분석을 통해 1차전에서 송승준의 포크볼 공략법, 2차전에서 손민한 또는 롯데 불펜의 몸쪽 공략법 등을 완전히 정복했고 경기에서 100% 소화했다. 삼성은 준비된 팀이었다.

◇`한국식 단기전`에 생소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7일 미디어데이 행사 때 로이스터 감독이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나를 믿어라`는 것이었다.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것을 용병술과 작전으로 메워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1,2차전 결과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식 단기전`에 아직 익숙하지 못하다는 게 확인됐다.

`가을잔치`는 미국프로야구처럼 각 리그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 동등한 조건에서 맞붙지 않는다. 리그 1위팀은 최종 상대가 결정될 때까지 보름 이상 여유 있게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4위 팀은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려면 준PO, PO 등을 거치며 발버둥을 쳐야 한다. 그만큼 하위팀에 불리한 제도라는 뜻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를 간과했다. 그는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평소처럼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강조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상대팀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했고 때에 따라서는 허를 찌르는 작전 또는 선수 기용도 동반돼야 했다. 롯데는 준비가 부족했다.

투구 또는 타격 때 선수 개개인의 독특한 버릇이 상대에게 현미경 분석으로 간파당한 것을 패한 직후에야 깨달았다. 시즌보다 30분 앞당긴 오후 6시 경기가 시작됨에도 불구, 훈련은 평소와 비슷한 2시30분부터 시작했다. 방문팀 삼성은 3시15분부터 구장에 나와 몸을 풀었다. 잔치를 언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삼성에 비해 떨어졌다.

지난달 19-21일 두산과 2위 결정전에서 3연패 하는 바람에 플레이오프 직행에 실패하면서 분위기가 꺾인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현재 포스트시즌 제도에서 3위팀에는 메리트가 전혀 없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성적에 따라 크게 요동치는 현재 팬 정서상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21차례나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부산갈매기들을 위해서는 현실에 안주할 게아니라 당연히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더 큰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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