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합의금 요구로 회사경영에 심각한 위협 느껴

법제도 개선 등 논란 확대



그동안 불법복제 소프트웨어(SW) 단속의 주요 대상이었던 중소기업들이 단속과 합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전문 법무법인을 통한 적극적인 소송 방어 활동도 포함돼 있어 적정한 합의금 수준, 법 제도의 개선 등을 놓고 논란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6일 한국컴퓨터사용자협회와 벤처산업협회 주최로 컴퓨터SW불법복제단속 문제해결 및 정품사용 환경조성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제에 나선 한복동 한국컴퓨터사용자협회 회장은 "올해 들어 SW 단속이 크게 늘어나 1ㆍ4분기에만 공식적으로 6400여건의 단속이 있었고 SW 업체나 관련 단체로부터 공문을 받은 회사는 수만개가 넘는다"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회사 경영에 심각한 위협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불법 SW 적발 후 정품 구매 이외에 소송 취하 조건으로 업체가 요구하는 손해배상금, 즉 합의금이었다.

지난 5월에 적발된 한 지방 부품업체의 경우 `도면 툴' 등 정품구매 비용 4억5000만원에 합의금 4억5000만원을 합쳐 총 9억원을 요구받았다. 연매출 8억원에 불과한 이 업체가 요구대로 지급할 경우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 두 달 동안 유통사, SW업체, SW저작권단체 등을 쫓아다닌 끝에 당초 금액보다 크게 낮춘 수준에서 겨우 합의할 수 있었다. 이 업체의 IT 담당자는 "합의금 책정이나 중간 협상 과정이 각 단계별 담당자들의 권한범위 내에서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인맥이나 예산이 제한된 중소기업들이 불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같은 문제가 구조적인 원인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SW 유통업체가 난립하면서 매출 확대를 위한 수단의 하나로 불법 SW 단속을 이용하는 이른바 `기획단속'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원래 거래하던 SW 유통업체가 다른 업체에 제보를 해서 고발과 수색이 이뤄졌다"며 "정품 SW 사용 권장이라는 본래 취지보다 이상한 비즈니스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불법 SW 단속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손승우 단국대학교 법학대학 교수는 "2003년 상시 단속을 시작할 당시 전문성을 이유로 SW 업체의 이익단체가 단속에 참여했지만 지금도 필요한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컴퓨터사용자협회는 이날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법률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협회는 지난달 법무법인 로고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불법 SW 단속에 적발된 회원사들이 적절한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을 고려해 착수금 100만원에 성공보수를 합의금 절감액의 10%로 책정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현재의 불법 SW 합의금이 몇 년전보다 낮아져 70~100% 정도라고 하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향후 판결을 고려한 법원의 화해권고가 30%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20~30%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국컴퓨터사용자협회는 이밖에도 사용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보호법에 대한 개정활동을 펴는 한편 정품 SW 사용 권장 활동도 꾸준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한복동 회장은 "불법 SW 단속 관련해서 사용자들이 느끼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SW 업체들, 사용자 기업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다양한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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