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 전시회 IFA에서 일부 한국 기업들의 전시품이 특허침해 혐의로 독일 단속반원들에게 압수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한국 기업들이 유럽 모바일 방송 기술 DVB-H 관련 특허와 한 외국 업체 보유의 MP3 플레이어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국제전시회에서 전시품을 압수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해프닝이라고 한다. 한국 기업들의 후진적 특허 인식이 국제적으로 망신당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악의든 무지 때문이든 특허 침해가 명백하다면 관련 기업뿐 아니라 한국 제품의 국제적 신뢰 추락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면서도 특허수지에서는 세계 5위의 적자 국으로 2006년에만 2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4위 특허 출원국의 위상을 무색케 하는 불균형이다. 원천기술이 부족하다 보니 응용기술을 개발한다 해도 특허료를 외국에 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응용특허도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중소기업들은 주로 기술료를 내고 사용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응용기술을 개발해 제품을 제조해도 외국 특허 정보에 어두워 외국 원천기술을 침해하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 항용 비싼 특허료를 내고 기술을 쓰다보니 제품 생산량을 실제보다 줄여 특허료를 아끼려는 유혹에 휩쓸리게 된다. 이번에 적발된 우리 중소기업들도 십중팔구 이런 상황적 덫에 걸려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허를 지키는 일에서도 우리는 미숙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진 MP3 플레이어 관련 기술도 원래는 국내에서 개발된 특허였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 특허를 매각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보호 규정을 모호하게 하는 바람에 극히 일부 국내 기업 외에는 특허 공세에 노출돼 있다. 주지하다시피 MP3플레이어 산업은 한국이 종주국으로 한 기업이 특허를 먼저 출원해 보유하긴 했으나 다수의 관련 기업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 따라서 외국에 특허를 넘길 때 보다 면밀한 검토가 있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지금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MP3 파일 재생기능은 MP3플레이어뿐 아니라 이제는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PMP 등 다양한 IT제품에서 활용되고 있어 현재 기술을 보유한 외국사와 국내 업체간의 분쟁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특허를 넘길 때 이 같은 미래 잠재 시장 가치를 예상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부메랑이 되어 국내산업계를 겨냥할 것이란 생각은 왜 하지 못했는지 한심스럽다.

특허 출원, 보호, 거래는 개발 기업들의 일이고 전적으로 자기 책임 아래 이뤄진다. 정부는 특허 등록 외에 개별 기업의 특허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주거나 제조 현장에서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 내려 줄 수가 없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외국 특허 정보에 각별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이번 IFA에서 일어난 해프닝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전시품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자기 특허로 제품을 만들면 될 것이다. 근본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해법이긴 해도 결국은 R&D 투자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국내외 특허정보에 더욱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정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들의 특허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정보 공유와 홍보, 교육에 더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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