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1천100만여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피의자들이 경찰에 검거됐지만 범행 동기를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피의자들은 공들여 빼낸 정보를 팔아먹기도 전에 언론사를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화해 결국 경찰의 수사망에 스스로 빠져드는 등 이해 못할 행동을 했지만 경찰은 이렇다할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7일 경찰청의 수사결과 브리핑을 토대로 사건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하고 의문사항들을 정리했다.

◇ 시간대별 재구성 =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처음 범행을 모의한 것은 지난 7월10일. 정씨와 고교동창생 왕모(28)씨는 서로 만나 정씨가 업무과정에서 알게 된 GS칼텍스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돈을 벌어보자고 모의했다.

정씨는 7월13일 일부 고객들의 보너스카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 서버(DB)에서 빼내 샘플 CD로 제작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왕씨의 사회후배 김모(24.회사원) 씨도 끌어들였다.

고객 1천100만여 명의 개인정보를 빼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8월20일까지 여러 차례에 나눠 꾸준히 작업해야 했다.

한 번은 수백만 명 분의 고객정보를 내려받다가 에러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씨는 8월26일 이렇게 뽑아낸 정보들을 DVD 1장에 옮겨 담은 뒤 이를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여직원 배모(30.불구속입건) 씨에게 엑셀파일로 변환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씨는 8월29일 배씨로부터 넘겨받은 엑셀파일 형태의 고객정보를 가지고 다시 `완성품` 격인 DVD를 만들었다. 왕씨는 같은 달 29일 정씨로부터 이 DVD를 넘겨받아 김씨에게 전달하며 언론사에 제보토록 했다. 김씨의 회사 상사가 기자들과 친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9월2일. 김씨는 "제보할 게 있다"며 회사 상사, 상사가 아는 기자 2명, 방송 외주제작사 PD, 상사의 친구 등과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나 문제의 DVD를 복사해 각각1장씩 나눠줬다.

피의자들은 언론사에 제보한 이유에 대해 "올해 초 발생한 `인터넷 쇼핑몰 해킹사고`처럼 기업을 상대로 한 대규모 피해자 민사소송이 진행되면 해당 고객정보의 활용가치가 높아져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언론사에 제보하기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관련 정보를 판매하거나 회사 측을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련 증거는 찾지 못했다.

◇ 궁금증 더해가는 범행동기 = 그러나 이들의 범행 과정은 진짜 돈을 노리고 범행했을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몹시 엉성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의문점은 피의자들이 문제의 DVD를 언론사에 제보함으로써 사실상 스스로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피의자들은 "사회적으로 이슈화할 경우 정보의 활용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언론이 GS칼텍스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보도해 사회문제화 할 경우 오히려 이를 시중에 유통시키기 어렵게 되는데 그같은 점을 예측하지 못했을지에대해선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경찰 역시 "정씨가 개인적으로 빚이 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다소 허황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며 아직까지 자신있는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씨가 1개월여 이상 공들여 빼낸 고객정보들을 `제3자`라고 할 수 있는 부하 여직원 배모(30) 씨에게 맡겨 엑셀파일로 정리해줄 것을 부탁한 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정씨의 범행이 자칫 배씨를 통해 외부에 노출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배씨 역시 범행을 도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는 했지만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또다른 공범이나 배후가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지속적인수사를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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