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또다시 터지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5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1천119만2천97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콤팩트 디스크(CD) 2장이 버려진 채 발견됨에 따라 경찰이 이 날 오전부터 출처와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사고의 경우 1천100만명이라는 사고 규모도 규모지만,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까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이메일주소 등 민감한 정보가 노출된 것은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김형오 국회의장과 청와대 정동기 민정수석,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희 국방부 장관, 김회선 국가정보원 2차장, 어청수 경찰청장 등 주요 인사의 개인정보도 고스란히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 같은 정보를 담은 CD가 이미 시중에 유통됐다면 후속 피해 규모 또한 엄청날 전망이다. 당장 이들 정보를 활용한 금융 사기나 각종 사칭 범죄가 가능하고, 전화를 통한 보이스피싱 등도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올들어 이 같은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관련 범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초 발생한 옥션 해킹 사고의 경우 1천만명이 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되면서 스팸메일이 급증되는 등 실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업체 지란지교소프트 조사결과 1분기 스팸메일이 전체 이메일의 94.5%에 달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정보 관련 사이버 범죄 또한 증가일로에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해킹과 바이러스, 인터넷 사기, 불법 사이트 운영, 불법복제 판매, 사이버 폭력 등 스팸메일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이버범죄가 2005년 7만2천421건에서 2006년 7만545건으로 줄어드는 듯 했으나 지난해 다시 7만8천890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심지어 기업 차원에서 고객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하나로텔레콤은 600만명의 고객 정보 8천500만건을 전국 1천여개 텔레마케팅 업체에 제공해 상품 판매에 이용하도록 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나 회사 전대표를 비롯한 2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이에 국민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 차원의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 및 유관기관 등에서 관련 대책을 쏟아냈지만 어느 하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중구난방격 정책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장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등이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맡고있으며, 최근에는 IT산하기관 통폐합 안에 따라 이들 업무의 주축 역할을 하던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2곳으로 흡수될 형편에 놓였다.

관련 법제 또한 정보기반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방송통신법 등으로 무수히 많아 중복 및 충돌 여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기업들 역시 개인정보를 저장하고 사용하는 시스템만 갖췄을 뿐, 이의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시스템 확립에는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보안업계 전문가는 "미국의 경우 웬만한 기업은 전체 예산의 10% 이상을 보안에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국내 기업은 1~2%선이면 많은 꼴"이라고 개탄했다. 또한 "외국에서 보안은 투자의 개념으로 인식되는 데 반해 국내 기업은 보안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주민등록번호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체계 자체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웬만한 개인정보는 다 노출됐다고 보면 된다"며 "이미 관리의 차원을 넘어선 만큼 개인정보체계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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