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재팬 Report

`갈라파고스화'가 지적되고 있는 일본 IT 산업이기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도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최근 발표한 통상백서에서는 세계 경제가 침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신흥국에서는 경제 성장이 예상돼 기존 선진국과 신흥국을 합친 `50억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아시아 등 신흥국 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50억인 시장 전략은 선진국 10억 인구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으로 라이프스타일과 소비력이 선진국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는 신흥국 40억인을 합한 50억인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공략한다는 발상이다.

이 가운데 특히 일본이 주력해야할 시장은 아시아이고, 통상백서에서는 라이프스타일 제안형 산업을 제시했다. 소비자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제안해 신 시장을 창출, 선점 이익을 얻자는 것이다. 이는 소모적인 가격 경쟁이나 불필요한 품질ㆍ성능 경쟁에서 탈피하자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같은 50억인 시장 전략에 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는 곳이 마쓰시타이다. 마쓰시타는 아시아ㆍ중남미 등 신흥국에서 파나소닉 브랜드 확대를 위해 중산층용 가전 제품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신흥국 가전 시장에서는 한국과 중국업체들이 강세를 보였고 마쓰시타는 부유층을 타깃으로 주력제품인 PDPㆍLCD TV와 절전형 가전 제품 등 주로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들 부유층은 세대 전체의 3~5% 정도에 불과해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마쓰시타는 브릭스와 베트남 등 신흥국 시장 현지의 생활양식 등에 맞춘 전용 가전 제품을 개발, 출시하기로 했다. 일례로 베트남의 경우, 제빙 기능을 향상시킨 베트남 전용 냉장고 등을 연내 50품목 출시한 후 내년에는 70품목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가전업체들은 내수용으로 개발한 상품을 일부 변경하는 형태로 신흥국용으로 공급해왔다. 마쓰시타는 이같은 체제로는 신흥국 수요를 충분히 개척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마쓰시타는 이에 따라 신흥국 각각의 생활 양식을 반영한 전용 사양의 제품을 현지 영업 부문과 일본의 개발 부문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또 제품 대부분은 판매 국가나 인접국의 공장에서 생산한다. 브릭스와 베트남 등 5개국 인구를 합하면 29억명에 달한다. 이는 일본의 20배 이상에 해당하는 거대 시장이다. 시장이 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는 일본에 비교하면 개척의 여지가 많은 시장이기도 하다.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의 경우, 냉장고 보급률은 20%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도 시장에서는 LG와 삼성전자 등 한국업체들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마쓰시타는 신흥국 가운데에서도 브릭스와 베트남을 중점 시장으로 삼고 이들 5개국의 내년도 총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40% 가량 늘린 6000억엔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가 침체를 보이면서 신흥국 시장 개척이 급선무가 되고 있는 일본 가전업계에서 이같은 현지 수요에 맞춘 제품 개발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도쿄(일본)=안순화통신원 dea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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