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최민호(28.한국마사회)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하는 주인공이 된 데는 순전히 뼈를 깎는 자기 노력의 결과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에게 적지 않은 행운도 따라줬다.

최민호는 9일 베이징과학기술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유도 60㎏급에서 부전승으로 통과한 1회전을 빼고는 결승까지 다섯 경기를 내리 한판승으로 장식했다.

KBS 보조 해설자로 이날 경기를 지켜본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원희(27)가 "최민호 선배와 비교하면 나는 부끄럽다. 민호 형이 진정한 '한판승의 사나이'이고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찬사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최민호의 한판승 행진에는 '천적'들이 초반에 일찌감치 탈락한 게 도움이 됐다.

아테네올림픽까지 최경량급 3연패를 이룬 노무라 다다히로를 따돌리고 일본 대표로 출전한 히라오카 히라오키는 첫 판에서 미국의 윌리엄스 머레이에게 지도패했다.

히라오카는 올해 파리오픈 결승과 지난해 월드컵 단체전에서 최민호를 있따라 절반 기술로 눕혔던 강적이다. 최민호로서는 2전 전패를 안긴 껄끄러운 상대여서 '경계대상 1호'였지만 다행히 일찌감치 '지뢰'가 제거되는 바람에 결승까지 순항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라이벌이었던 몽골의 하쉬바타르 차간바타르도 이번 대회 1회전에서 무명의 영국 선수에게 덜미를 잡혔다.

차간바타르는 아테네올림픽 8강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최민호에게 쓰라린패배를 안겼던 장본인. 당시 최민호는 체력이 좋은 이 선수와 경기를 하다 다리에 근육 경련을 일으켰고 패자전으로 밀려 투혼을 발휘한 끝에 동메달을 건졌다.

차간바타르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선수권에서도 3회전까지 한판승 행진을 하던 최민호에게 한판패를 안겼다. 최민호는 결국 패자전을 거쳐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안병근 남자팀 감독도 "(최)민호가 세계 최강자임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초반에 까다로운 선수들이 떨어지는 바람에 수월하게 우승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민호가 밝힌 꿈 해몽과 생일 인연도 이채롭다.

최민호는 "어머니가 꿈을 꿨는 데 청와대 같은 큰 집에서 불이 나 촛불시위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이유를 물어보니 민호를 축하해주러 왔다고 했단다. 또 아버지도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자 태양이 가슴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셨다고 했다"며 우승과 꿈의 상관관계를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도 작년까지 3등만 하는 꿈이었는 데 올해부터는 계속 1등만 하는 꿈을 꿔 잠에서 깨 친구에게 '정말 1등을 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꿈이어서 아쉬운 적이 많았다. 금메달을 따려고 그랬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 주민등록증에 '1980년 8월18일' 생으로 돼 있는 그의 생일은 개막식이 열렸던 어제.

그는 "집에서 보내는 진짜 생일은 개막식이 열린 어제다. 이번 올림픽이 29회인데 어제로 스물 아홉 살이 됐다. 금메달은 나를 위해 준비한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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