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밴드 드러머 모토로라코리아 박기호씨

그림자궁전 결성 유명세
지난해엔 첫 앨범도 발표



'척박한 록의 대지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 그림자궁전'

모토로라코리아에 근무하는 박기호씨는 신촌과 홍대의 클럽을 드나들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음 직한 언더그라운드 밴드인 '그림자궁전'의 드러머다. 대학에서 컴퓨터와 경영학을 전공한 기호씨는 언뜻 보면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지만 음악 이야기만 나오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생기가 도는 전형적인 '록키드'다.

기호씨가 드럼에 빠져든 것은 중학교 3학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곧잘 쳤던 그는 어느 날 드럼을 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이끌려 친구와 밴드를 결성했다. 한창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기라 부모님의 반대가 있을 법도 한데 그의 아버지는 오히려 이왕 하기로 시작했으면 본격적으로 드럼 레슨을 받아보라며 전폭적으로 지지했단다.

당시 고무공처럼 생긴 연습용 드럼을 하루종일 연습해도 지치지 않았다는 기호씨. 록을 향한 그의 사랑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9'라는 별명의 친구와 함께 결성한 것이 바로 지금의 밴드인 그림자궁전. 이후 여러 사람들이 밴드를 거쳐갔지만 기타리스트인 친구와 드러머 기호씨는 굳건히 그림자궁전을 지키면서 언더그라운드의 성지인 홍대 클럽에 진출한다. 이윽고 지난 2007년 첫 앨범을 발표했다.

그림자궁전은 클럽에서 연주 외에도 쌈지사운드 페스티벌, 인디뮤직 페스티벌, 광명음악밸리 축제 등에 얼굴을 내밀면서 언더그라운드에서는 꽤나 지명도 있는 밴드로 자리잡았다. 당시 첫 앨범 발표와 함께 배포됐던 자료에는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도발적인 사운드를 그림자궁전의 특색으로 규정짓고, 특정 장르에 대한 표방은 스스로가 아류임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는 문구가 실려있다.

"그림자궁전이 장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록' 이라는 큰 맥락 안에서 특정한 하나의 하위 장르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는 뜻에서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지만 어떠한 장르에도 포함되지 않는 우리만의 독창성을 인정받고 싶었던 거죠." 첫 앨범에 대한 기호씨의 설명이다.

인디음악 평론가인 나도원씨는 그림자궁전의 음악을 두고 '사이키델릭 록'을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다며 해외 음악과 연계된 현재진행형의 복고풍 록을 우리 음악계로 끌고 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그림자궁전은 가수 신중현이 공로상을 수상한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원더걸스, 윤하, 정민아, 할로우젠 등과 종합부문 신인상 부문에서 각축을 벌였고 장르 부문 최우수 모던록 앨범 후보에 올라 허클베리핀 등과 어깨를 겨루기도 하는 등 언더그라운드뿐만 아니라 대중음악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저 음악이 좋아 시작한 밴드 활동이었지만 기호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적잖이 고민을 했다. 취업이냐 음악이냐의 갈림길에서 어느 하나 선뜻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록을 정말로 사랑하고 정식 앨범도 냈지만 결혼도 하고 직장생활도 해야 하는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는 그는 현재 그림자궁전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 하지만 밴드 활동을 쉬고 있을수록 록에 대한 열정은 점점 강렬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훗날 자식이 드럼을 배우고 싶어한다면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얼마든지 후원할 것이라며 드럼 스틱을 힘차게 쥐었다. 그가 들려줄 '그림자궁전표 사운드'가 다시금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지성기자 ez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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