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변수ㆍ위기 대응능력은 아직 물음표
사장단협의회 여름휴가 2주간 휴회



31일로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의 전환 한 달째를 맞는 삼성그룹은 창사 이래 초유의 실험적 경영환경에 일단 큰 혼란없이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일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전자 직원 신분을 정리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됨으로써 삼성은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 CEO` 등 세 축이 중심이 됐던 `삼각편대 경영` 체제를 허물고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그룹의 핵심 의사 결정권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협의회에 넘겨졌다. 계열사간 투자 및 사업 중복을 조정하는 권한은 투자조정위원회에, 브랜드 관리 및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책임은 브랜드관리위원회에 각각 맡겨졌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지난 2일 첫 사장단협의회 회의에서 삼성이 처한 위기로 ▲이 전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로 인한 `리더십의 위기` ▲10년, 20년 후에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 하는 `미래 먹거리의 위기` ▲특검으로 인한 그룹의 대내외 이미지 훼손 및 그에 따른 `삼성 브랜드의 위기` 등 3가지를 꼽으며 새로운 경영환경에 대한 불안과 긴장을 드러냈다.

이처럼 불안한 출발이었지만 지난 한 달간 삼성그룹의 성적표는 "당초 우려했던것에 비하면 큰 혼란은 없었다"는 것이 삼성 안팎의 평가다.

우선 현재 삼성의 주요 계열사를 맡고 있는 CEO들이 오랫동안 해당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장수(長壽) CEO`들이어서 회사 내부 사정과 향후 경영 방향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독립경영 초기의 안정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또 16일 있었던 이건희 전 회장 등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 결과 논란의 핵심이 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에 대해 무죄판결이 났고 이 전 회장의 양도세 탈루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도 그룹내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삼성 핵심 관계자는 "삼각편대 경영의 세 축 가운데 회장과 전략기획실이라는 두 축이 무너져 우려가 많았지만,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을 비롯한 전문경영인들이 각 계열사의 현황을 잘 알고 있는데다 사장단협의회에서도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한 결과 예상보다 빨리 조직이 안정됐다"며 "1심 재판의 결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25일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분기 사상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2% 하락하는 부진한 실적을 보였고 하반기 반도체, LCD 등의 시장전망이 밝지 않은 데 따른 불안감은 있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원자재값 상승과 선진국 소비침체 등 외부적인 요인이 컸기 때문이라며 경영체제 전환과 직접 연결짓지는 않는 분위기다. 다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이 전 회장의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계열사간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조정의 문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대규모 투자 결정,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장기적 위험 요소가 상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25일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9월 그룹 산하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전담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신설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계열사간 투자 및 사업 중복과 관련한 최대 현안중 하나를 해결했다.

하지만 AM OLED 합작법인 설립은 이 전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팀 해체 이전에 틀을 잡아둔 마지막 작품이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대형 현안이나 변수가 나타날 경우투자조정위와 사장단협의회가 얼마나 신속하고 원활한 조정 및 의사결정 능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삼성 관계자는 "AM OLED 합작법인 설립,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삼성 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사업과 삼성 SDI의 PDP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은 이 전 회장이 물러나기 전에 큰 매듭을 지어뒀던 것"이라며 "향후 차세대 LCD패널 투자 여부 등 대규모 현안이 부각됐을 때 어떤 시스템이 작동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4월 경영쇄신안 발표시 약속했던 10가지 사항 가운데 미이행된 ▲지주회사 전환및 순환출자 해소 ▲사외이사 개선 방안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처리 등 3가지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도 숙제로 남아있다.

이밖에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무죄 판결로 부담을 크게 덜어낸 이 전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향후 어떤 역할을 통해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편 삼성은 여름휴가 기간을 맞아 CEO들이 휴식과 해외출장 등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30일과 내달 6일에 예정된 사장단협의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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