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석 동양종합금융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국내 증시는 코스피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하며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진입했다는 위기감이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하반기 국내 증시는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인가. 대내외적으로 국내 증시에 영향력이 높은 요인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부진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미국발 신용위기가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투자은행들의 손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서브프라임과 관련한 손실액이 전세계적으로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지난 1분기까지 발표된 주요 투자은행들의 손실액은 3860억 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신용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미국 주택경기의 침체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가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이후 현재까지 한국을 비롯한 신흥아시아 6개국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은 64억 달러 어치를 순매도 했으며, 아직까지 기조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둘째, 국제 상품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제 상품가격의 상승은 한국과 같은 자원 수입국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가 및 곡물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물가상승을 더욱 자극하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며 하반기 유가 안정에 대한 기대 심리를 높여주고 있지만, 현재의 유가 수준만 고려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산될 여지가 높다.

실제로 1995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국제 원유가격의 변동성을 분석해 보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국제 원유가격에 1분기 정도 후행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인플레이션 리스크의 확대는 주요국들의 통화긴축과 유동성 축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신흥국을 중심으로 높은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서 정책금리 인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경기둔화 우려로 인해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어렵겠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일정부분 통화긴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셋째,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국제 유가는 수급불균형 해소, 달러화 강세 예상 그리고 투기적인 수요 감소 등 펀더멘탈 개선에 힘입어 급등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유동성 증가세 등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하반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1분기(5.8%)를 정점으로 하락압력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4분기를 전후로 내수경기의 둔화세가 완화되면서 경기선행지수도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증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경기가 급격히 후퇴할 가능성을 제한할 전망이다. 국내기업들의 영업이익도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보다 높은 이익증가세가 예상된다.

이와 같은 요인들을 종합하면 하반기 국내 증시는 주가 급락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메리트 증가와 견실한 이익모멘텀이 추가적인 하락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지만, 앞서 언급한 기본적인 여건-미국발 신용위기 우려,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통화긴축, 국제유가의 불안정성, 실물경기 둔화-들이 해소되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본격적인 회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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