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가전 '지고'… IT업체 '뜨고'

차이나모바일, 하이얼 제치고 최고 브랜드 우뚝
가전업체 심각한 경영난속 일부 퇴출 위기도
IT업체 눈에 띄게 선전… 500위권 속속 진입



■ e 차이나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브랜드 파워가 변하고 있다.

이른바 '백색가전에서 IT로'의 변화다. 백색가전의 지존이자 중국 대륙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인 하이얼이 브랜드 파워 평가에서 차이나모바일에 1위 자리를 물려준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이는 장차 중국을 리드하는 산업이 백색가전에서 IT로 옮아가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륙의 로컬 백색가전 업체들은 저가정책과 농촌시장 공략 등 경영다변화를 기하고 있지만 이미 '지는 태양'이 되고 있으며, 세계화의 물결과 경제 급성장 등을 배경으로 정보통신대국의 꿈을 일궈 나가는 IT업체들은 '뜨는 태양'이 되고 있다.

◇백색가전에서 IT로='월드 브랜드 랩'(WBL)이 최근 조사한 '중국 500대 최고 브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 최고 브랜드는 차이나모바일로 나타났다.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통신 공룡'으로 불리는 차이나모바일은 지난 2004년 조사에서는 10위권에 턱걸이했었지만 2006년에 3위로 도약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이어 지난해 일약 1위로 등극한 뒤 올해도 수위를 지켰다.

하이얼은 지난 2004년 조사를 시작하면서부터 2006년까지 3년 내내 1위를 해왔지만 지난해부터 4위로 내려앉았다. 올해 2∼4위는 국가뎬망(電網)과 CCTV가 차지했다. 뒤를 이어 중국생명, 창훙(長虹), 중국화학, 중티에(中鐵)공정, 중국공상은행, 이치(一汽)자동차가 5위에서 10위까지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얼을 리딩 업체로 한 가전기업들은 올해 들어 감소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진행됐다. 일부 로컬업체들은 백색가전의 기존 영역을 다국적기업과 외자업체에 내어주면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농촌지역으로 진출하는 하향(下鄕) 전략을 쓰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흐름은 2년 전인 2006년만 해도 업종별 500대 브랜드 보유 숫자 면에서 10위권에 들었던 백색가전 업계가 올해 12위권으로 밀려나고 대신 10위권 부근에 머물렀던 IT업계가 4위로 올라선 것에서도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가전 산업이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과 위기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원유가 급등과 시장점유율 약화, 수익성 악화 등 요인으로 일부 가전업체들은 적자 뿐 아니라 시장에서 퇴출 되는 위기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가치 평균 1조원=500대 브랜드들의 총 가치는 3조4924억위안(약 520조원), 각 기업의 평균 브랜드 가치는 69억8500만위안이다. 500대 브랜드의 평균가치가 1조원이 좀 넘는 셈이다. 올해 500대 브랜드 내 최저 가치는 6억7200만위안이었다. 이는 지난해 5억6800만위안 보다 오른 것이다.

WBL측은 "평가 결과 중국 500대 브랜드 가운데 세계적인 브랜드 수가 지난해 28개에서 올해 31개로 늘어나는 등 중국 기업의 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음료업이 58개 브랜드가 순위에 들어 3년 연속 최고를 차지했다. 미디어산업(48), 방직의상산업(44), IT(37), 의약업(34), 건축자재(33), 화공업(33), 자동차산업(32), 경공업(31), 기계산업(25) 등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심각한 동고서저 현상=500대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 가장 많은 지역은 베이징(北京)ㆍ광둥(廣東)ㆍ상하이(上海)ㆍ저장(浙江)ㆍ장쑤(江蘇)ㆍ푸젠(福建) 등 '대륙의 동쪽'이었다.

이들 6개 성시에 분포돼 있는 브랜드 수는 338개로 전체의 3분의 2나 됐다. 베이징이 94개(18.8%), 광둥성이 82개(16.4%), 상하이가 49개(9.8%), 저장성이 45개(9.0%), 장쑤성이 35개(7.0%), 푸젠성이 33개(6.6%)를 차지했다.

권역별로는 화동(華東), 화북(華北), 화남(華南) 등 발달한 동부연안의 산업 지역에만 무려 80% 이상 집중됐다. 반면 내륙 중서부의 13성시 및 자치구에 기반을 둔 기업 가운데 500대 브랜드에 포함된 업체는 13.6%에 불과해 동부 지역은 부유하고 서부 지역은 가난한 극단적인 '동부서빈'(東富西貧), '동고서저'(東高西低) 현상을 나타냈다.

<붙임 박스> ◇차이나모바일은 어떤 업체=중국 대륙의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며 가입자수만 4억명에 이르는 통신업계의 공룡이다. 가입자수는 미국 인구(약 3억300만명)를 훨씬 뛰어 넘는다. 홍콩 증시 등에 상장돼 있고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3540억달러에 이른다.

차이나모바일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자리잡은 중국 통신 시장의 급성장으로 2004년 이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매출은 3569억위안(약 53조원), 순이익 870억위안(약 13조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각각 21%, 32% 늘었다.

이같은 규모와 덩치, 인지도 등으로 인해 차이나모바일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지가 최근 발표한 '2008년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브랜드 가치 572억2200만달러로 5위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통신업계 구조 조정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구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베이징(중국)=허민특파원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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