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쇠고기 추가협상단이 15일(현지시간) 귀국하기로 했다가 돌연 미국의 요청으로 협상을 연장하는 쪽으로 급선회하는 등 수시로 상황이 변하면서 협상이 도대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단 정부는 "양측은 상호 만족할만한 해법을 도출하는데 협조하기로 했다"는 데 방점을 두면서 현 국면이 `결렬`을 우려할 상태가 아니라 협상의 숨가쁜 국면임을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협상 자체가 난항이라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촛불민심을 가라앉히려면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지만 우리측의 희망대로 협상의 진로가 잡히지는 않는 분위기다.


◇ "협상단 귀국" 발표 두 시간만에 번복

정부는 지난 12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기존 정부 대표단과 합류토록 한 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쇠고기 담판을 벌이도록 했다고 밝혔고 다음날 오전 김 본부장은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워싱턴 도착과 동시에 잠시의 휴식도 없이 시작돼 토요일까지 이어진 강행군 협상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발표는 없었고, 김 본부장은 "하루 쉰 뒤 다시 만날것"이라는 말만 남긴 채 협상장을 떠났다.

그러나 정작 16일 오전 전해진 것은 김종훈-슈워브간 세번째 쇠고기 담판이 아니라 양국간 협상의 일시 중단과 김 본부장의 귀국 소식이었다.

이 뉴스가 전해진 직후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기귀국이 `결렬` 등 나쁜 징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협상은 원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2시간 뒤 청와대로부터 "정부 대표단이 하루 이틀 정도 더 머무는 것으로 정리가 된 것으로 안다"는 소식이 다시 전해지며 상황은 돌변했다.

미국측이 떠나려는 우리 대표단을 붙잡으며 "좀 더 이야기를 해보자"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설명이 외교부에서 뒤이어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협상의 기상도를 점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현재는 서로가 자신들의 요구를 내세우면서 `샅바싸움`을 벌이는 단계"라며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예단하기도 힘들고 오늘과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 협상성과 도출 가능한가

미국 백악관은 지난 7일 있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에 도 달하면 그들을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따라서 `양측이 상호 만족할 만한 해법을 도출하는데 협조한다`는 정부 발표는 정상간 합의가 여전히 유효함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한미 협상단은 이 합의를 실현할 `기술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측이 가장 실효성있는 방안으로 제시했던 수출증명(EV) 프로그램에 미국측은 난색을 표시한 것을 전해졌다.

`4.18 합의`의 내용을 바꾸는 것에 가깝고 한미 두나라가 설사 이에 합의한다해도 정부 조치의 성격이 강한 이 방안을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포장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측은 이에 따라 미국 육류수출업계가 `30개월 미만` 조건의 한국 EV 프로그램을 마련해 미국 정부에 제출하고, 미국 정부는 실제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방식 등의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측도 이에대해 정치권 및 업계와의 의견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 개입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시 실효성을 보장하는 해법을 마련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앞으로도 어떤 해법을 채택할 것인지를 두고 양측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이 일단 "좀 더 만나자"는 입장을 전했지만 어떤 대응수를 내놓을지도 불확실하다. 오후에 비공개 브리핑에 나선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측과 다시 만날 예정"이라면서도 "미국측이 어떤 제안을 내놓을지는 만나봐야 한다"고 조심스런 답변을 내놨다.


◇ "韓 내부문제" 미측 인식도 부담

한.미 양국이 정상간 합의된 대원칙에 따라 기술적 해법을 놓고 협상을 벌인다 해도 전도가 그리 밝지만은 못한 게 현실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이 쇠고기를 둘러싼 한국의 `촛불민심`이 이해할 만한 것임을 지적하며 미국 정부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미국 소비자연맹도 광우병 전수검사를 촉구하는 등 언뜻보면 미국의 분위기가 추가 협상에 우호적인 것 같지만 협상 당국 및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는 온도차가 있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한나라당 쇠고기 대책 방미단의 `방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조차 "양국 대통령의 전화통화 결과에 대해 약속사항의 이행을 준비 중이나 쇠고기 문제를 한국 내부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과 협상을 벌였던 USTR 역시 "한국민들에게 미국 쇠고기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가 전달되고 있어 유감"이라면서 "세계 많은 나라들이 모든 연령의 모든 부위를 수입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입장은 `촛불민심`의 압력에 밀려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 결과를 원하는 한국측과 분명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촛불민심이 반영된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면서도 미국 정부의 `얼굴`도 세우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하다.




[저작권자 (c)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