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옥 IT정보화부장


지금은 간식거리로 인식되고 있는 라면은 원래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국민들을 겨냥, 일본에서 정책적으로 도입한 식품이다. 삼양식품이 상공부에서 빌린 5만달러를 종자돈으로 일본에서 2대의 기계와 기술을 들여와 1963년 첫 제품을 내놓았다. 처음엔 사람들이 라면을 실이나 섬유의 명칭으로 잘못 알아서 아무리 광고를 해도 구입하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곧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1조5000억원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근처의 라면공장은 은총이나 다름없었다. 공장에서 남은 부스러기를 주민들에게 나눠주었기 때문이다. 라면 부스러기는 아이들에겐 최고의 간식거리요 어른에겐 끼니를 때울 좋은 먹거리였다. 그런데 갑자기 공장에서 부스러기를 나눠주는 것을 중단했다. 한 직원이 부스러기를 과자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 뽀빠이, 라면땅이란 이름의 이 과자는 대히트를 쳤지만 공장근처의 사람들은 울상이 되고 말았다. 중요한 먹거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다양한 변화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슬림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제약을 없애고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예산을 10%로 절감해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줄이고 더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투입하겠다고 한다. 소프트웨어진흥법을 개정해 공공사업의 여러 가지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IT기업과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정부가 외치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IT기업들은 정부의 10% 예산 절감 정책으로 각종 정보화 사업에서 헐값 수주가 더 심화됐다고 울상이다. 이미 수주해놓은 사업의 금액을 무조건 터무니없이 낮추라는 압력을 받는가 하면 곧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는 말만 믿고 이미 상당부분 개발을 진행했으나, 사업이 연기돼 애를 태우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IT업계의 IMF'란 말까지 들린다.

기대를 모았던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 역시 현실에 맞지 않는 허술한 안으로 고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자신고제, 하도급 사전승인제, 기술자의 등급 및 자격요건, 기술자신고제 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안은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로부터는 실효성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비판을, IT서비스 업체들에게는 업체의 부담만 지우는 제도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아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율과 이익이 있더라도 라면 부스러기가 없어 배를 곯아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들을 먼저 보듬어 안아야 하는 게 정부다. 이익을 추구하는 라면회사는 이익을 더 내기 위해 부스러기를 과자로 만들어 팔았지만 정부라면 어떻게 하면 좋은 라면을 더 싼 값에 공급할지 연구를 하는 게 옳다. 특히 명분과 구호로 포장된 정책에 가려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없는지, 추진하는 정책이 목적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인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라면 부스러기에 목을 매고 있지만 그들 중에는 국가의 10년후 먹거리를 책임질 사람이 나올 수도 세계에 우리나라의 이름을 드높일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단순히 목표를 정해놓고 무조건 여기에 맞추라는 식으로는 질 좋고 우수한 식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작해야 부스러기를 과자로 만드는 반짝 히트상품이나 가능할 뿐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예산 절감을 외치거나 법을 고치기 전에 과연 무엇을 위한 일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IT정보화부 부장 ce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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