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주도로 추진 시중은행들 미온적…
보안사고 발생 책임소재 불분명
은행 독자적 뱅킹칩 표준 마련땐 새국면
갈길 먼 USIM 뱅킹
SK텔레콤과 KTF가 WCDMA의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기반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시작하면서 3세대 이동통신의 부가서비스로 USIM뱅킹이 주목을 받고있다.
USIM뱅킹은 생활밀착형 모바일 컨버전스 서비스의 정점으로, 독자적 고객기반을 구축해 온 이종 산업간 결합이자 과거에도 금융-이통사간 주도권 경쟁이 첨예하게 벌어졌던 영역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USIM뱅킹 활성화까지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
일단 시작은 순조로운 듯 보인다. SK텔레콤이 지난달 24일 신한은행과 손잡고 세계 첫 USIM뱅킹에 나선데 이어 곧바로 KTF도 기업은행과 손잡고 USIM뱅킹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은 하나은행과 MOU를 체결해 서비스를 준비중이고 KTF도 현재 일부 시중은행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통사들이 USIM뱅킹에 열을 올리는 것은 3G 가입자 모집효과가 큰데다 뱅킹서비스이용시 데이터통화 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USIM뱅킹을 활용하면 USIM칩 하나에서 계좌이체나 조회, CD, ATM이용, 지로납부와 수표, 환율조회 등 대부분의 은행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 내방이나 PC없이도 언제든 금융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USIM이 없던 2G시절에도 모바일뱅킹은 가능했다. 그러나 모바일인터넷으로 뱅킹프로그램을 내려받는 버추얼머신(VM) 방식은 ATM을 이용할 수 없었고, 칩을 삽입하는 M뱅크의 경우 전용 단말기가 적어 제약이 많았다. 반면 USIM뱅킹은 WCDMA단말기에서는 대부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신청만 하면 무선(RF)방식으로 발급되기 때문에 은행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은행권, 이통사 주도 USIM뱅킹에 부정적=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이통사 주도의 USIM뱅킹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특히 대형 시중은행들의 경우 이통사와의 협의에 미온적이다.
금융권은 현재 이통사가 제공하는 USIM뱅킹이 USIM칩내 SD(보안 도메인)에 현금계좌 정보 1개만 탑재한 '반쪽짜리' 서비스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USIM칩내 뱅킹정보 저장공간이 10KB에 불과해 다양한 은행ㆍ고객정보를 저장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현금카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USIM뱅킹은 현금카드 계좌변경 설정 등 기본적 모바일뱅킹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 반쪽짜리로 이통사들의 마케팅에 부풀려진 것"이라며 "게다가 해킹 등 보안사고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발급기준이나 사후관리, 고객정보나 금융거래 가이드라인 등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업적 이유도 있다. 별도 유통망이 없고 가입자 확충이 곧 수익과 연결되는 카드나 증권사와 달리, 전국지점망을 갖춘 은행은 자칫 USIM뱅킹으로 내방객이 급감할 우려가 있는 데다 보험카드 등 유관상품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핵심자산인 고객정보가 이통사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USIM뱅킹에 참여한 은행은 USIM에서 고객정보와 마스터키를 이통사와 각각 관리하는 형태의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같은 이유로 은행권은 한때 모바일뱅킹 독자서비스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맞춰 아예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형태로 이통시장에 진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은행권, 독자 USIM 뱅킹칩 표준안 마련중=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모바일금융협의회'를 결성, 금융권이 발급ㆍ관리하는 USIM 뱅킹칩 표준안을 마련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한ㆍ기업은행 등이 이통사와 손잡고 반쪽짜리 USIM서비스에 나선 것은 자사 모바일뱅킹 가입자가 경쟁사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이라며 "이들도 추후 모바일뱅킹 표준안이 마련되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SK텔레콤과 KTF가 은행권과 개별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LG텔레콤이라는 변수도 등장했다. CDMA 사업자로 USIM이 없는 LG텔레콤은 USIM과 유사한 통합 IC칩으로 대응키로 했다. LG텔레콤이 개발중인 통합IC칩은 카드나 결제, 멤버십, 교통 등의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것으로, 가입자 인증기능만 제외하면 SK텔레콤과 KTF가 상용화한 USIM과 동일하다.
앞서 LG텔레콤은 2G시절 은행에 칩 발급 주도권을 양보해 모바일뱅킹인 '뱅크온'을 시행한바 있다. LG텔레콤은 은행권과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뱅크온처럼 IC칩 발급권을 은행에 내줄 공산이 크다. 이 경우 SK텔레콤ㆍKTF의 USIM뱅킹 보다 손쉽게 은행권과 공조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용단말기가 필요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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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뱅킹 신기술도 USIM 위협=최근 WCDMA의 영상통화를 활용한 새로운 모바일뱅킹 기술의 등장도 USIM뱅킹을 위협할 전망이다. 콜센터 전문업체인 브리지텍은 3G 단말기의 영상통화에서 은행의 ATM과 유사한 UI를 구현하고 바로 음성콜센터와 연결할 수도 있는 새로운 모바일 뱅킹기술을 개발했다. 앞서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어바이어 역시 유사한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이 기술은 상용화되면 이통사를 배제한 상태에서 온전한 모바일뱅킹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시중은행 서너 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기술이 확산되면 USIM뱅킹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조성훈기자 hoon21@
보안사고 발생 책임소재 불분명
은행 독자적 뱅킹칩 표준 마련땐 새국면
갈길 먼 USIM 뱅킹
SK텔레콤과 KTF가 WCDMA의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기반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시작하면서 3세대 이동통신의 부가서비스로 USIM뱅킹이 주목을 받고있다.
USIM뱅킹은 생활밀착형 모바일 컨버전스 서비스의 정점으로, 독자적 고객기반을 구축해 온 이종 산업간 결합이자 과거에도 금융-이통사간 주도권 경쟁이 첨예하게 벌어졌던 영역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USIM뱅킹 활성화까지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
일단 시작은 순조로운 듯 보인다. SK텔레콤이 지난달 24일 신한은행과 손잡고 세계 첫 USIM뱅킹에 나선데 이어 곧바로 KTF도 기업은행과 손잡고 USIM뱅킹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은 하나은행과 MOU를 체결해 서비스를 준비중이고 KTF도 현재 일부 시중은행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통사들이 USIM뱅킹에 열을 올리는 것은 3G 가입자 모집효과가 큰데다 뱅킹서비스이용시 데이터통화 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USIM뱅킹을 활용하면 USIM칩 하나에서 계좌이체나 조회, CD, ATM이용, 지로납부와 수표, 환율조회 등 대부분의 은행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 내방이나 PC없이도 언제든 금융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USIM이 없던 2G시절에도 모바일뱅킹은 가능했다. 그러나 모바일인터넷으로 뱅킹프로그램을 내려받는 버추얼머신(VM) 방식은 ATM을 이용할 수 없었고, 칩을 삽입하는 M뱅크의 경우 전용 단말기가 적어 제약이 많았다. 반면 USIM뱅킹은 WCDMA단말기에서는 대부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신청만 하면 무선(RF)방식으로 발급되기 때문에 은행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은행권, 이통사 주도 USIM뱅킹에 부정적=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이통사 주도의 USIM뱅킹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특히 대형 시중은행들의 경우 이통사와의 협의에 미온적이다.
금융권은 현재 이통사가 제공하는 USIM뱅킹이 USIM칩내 SD(보안 도메인)에 현금계좌 정보 1개만 탑재한 '반쪽짜리' 서비스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USIM칩내 뱅킹정보 저장공간이 10KB에 불과해 다양한 은행ㆍ고객정보를 저장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현금카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USIM뱅킹은 현금카드 계좌변경 설정 등 기본적 모바일뱅킹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 반쪽짜리로 이통사들의 마케팅에 부풀려진 것"이라며 "게다가 해킹 등 보안사고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발급기준이나 사후관리, 고객정보나 금융거래 가이드라인 등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업적 이유도 있다. 별도 유통망이 없고 가입자 확충이 곧 수익과 연결되는 카드나 증권사와 달리, 전국지점망을 갖춘 은행은 자칫 USIM뱅킹으로 내방객이 급감할 우려가 있는 데다 보험카드 등 유관상품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핵심자산인 고객정보가 이통사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USIM뱅킹에 참여한 은행은 USIM에서 고객정보와 마스터키를 이통사와 각각 관리하는 형태의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같은 이유로 은행권은 한때 모바일뱅킹 독자서비스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맞춰 아예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형태로 이통시장에 진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은행권, 독자 USIM 뱅킹칩 표준안 마련중=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모바일금융협의회'를 결성, 금융권이 발급ㆍ관리하는 USIM 뱅킹칩 표준안을 마련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한ㆍ기업은행 등이 이통사와 손잡고 반쪽짜리 USIM서비스에 나선 것은 자사 모바일뱅킹 가입자가 경쟁사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이라며 "이들도 추후 모바일뱅킹 표준안이 마련되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SK텔레콤과 KTF가 은행권과 개별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LG텔레콤이라는 변수도 등장했다. CDMA 사업자로 USIM이 없는 LG텔레콤은 USIM과 유사한 통합 IC칩으로 대응키로 했다. LG텔레콤이 개발중인 통합IC칩은 카드나 결제, 멤버십, 교통 등의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것으로, 가입자 인증기능만 제외하면 SK텔레콤과 KTF가 상용화한 USIM과 동일하다.
앞서 LG텔레콤은 2G시절 은행에 칩 발급 주도권을 양보해 모바일뱅킹인 '뱅크온'을 시행한바 있다. LG텔레콤은 은행권과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뱅크온처럼 IC칩 발급권을 은행에 내줄 공산이 크다. 이 경우 SK텔레콤ㆍKTF의 USIM뱅킹 보다 손쉽게 은행권과 공조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용단말기가 필요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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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뱅킹 신기술도 USIM 위협=최근 WCDMA의 영상통화를 활용한 새로운 모바일뱅킹 기술의 등장도 USIM뱅킹을 위협할 전망이다. 콜센터 전문업체인 브리지텍은 3G 단말기의 영상통화에서 은행의 ATM과 유사한 UI를 구현하고 바로 음성콜센터와 연결할 수도 있는 새로운 모바일 뱅킹기술을 개발했다. 앞서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어바이어 역시 유사한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이 기술은 상용화되면 이통사를 배제한 상태에서 온전한 모바일뱅킹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시중은행 서너 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기술이 확산되면 USIM뱅킹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조성훈기자 hoo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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