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공식 선거전의 막을 올린 4.9 총선은 이명박 정권 하의 `권력지형`이 새로 그려지는 중대 모멘텀이다. 대선 민의의 흐름이 이어지면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느냐, 아니면 강력한 견제야당의 등장으로 정치세력간 `힘의 균형`이 확보되느냐가 총선의 성적표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정국의 풍향을 가를 바로미터는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와 통합민주당의 개헌저지선(100석) 획득 여부다. 한나라당이 `과반 거여(巨與)`로 발돋움하고 민주당이 `두자릿수 야당`에 그칠 경우 정국주도권은 여당 손에 넘어가지만 그 반대라면 여당이 대통령을 내고도 과반획득에 실패한 1988년식 `여소야대` 정국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총선결과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크고 작은 형태의 정계개편이 촉발될 가능성이다. 한나라당 내부의 들끓는 친이.친박계 갈등, 친박연대와 자유선진당 등 한나라당 외부의 원심력, 당권과 노선 재정립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세력갈등은 선거결과와 맞물려 정계를 이합집산의 소용돌이에 밀어넣을 요소들이다.

◇한나라당 과반획득, 민주당 100석 실패 =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넘는다면 정국은 일단 `여당의 독주` 체제로 갈 것으로 보인다. 임기초 불안한 흐름을 보이던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도 `힘있는 여당`의 뒷받침 속에서 안정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은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견제력과 대항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선거패배의 책임론을 놓고 당권 투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계파 갈등이 심화되면서 파열음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경우의 수`는 더 복잡해진다. 특히 한나라당 의석이 안정적 과반이냐, 불안한 과반이냐 따라 당내 세력지형과 정계개편의 진폭이 달라질것이란 관측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당초 제시한 목표의석 (168석)을 훌쩍 넘어 200석 가까이 의석을 확보한다면 한나라당은 친이계 중심의 이명박 친정체제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친이계로서는 박근혜 전대표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력으로 과반을 달성했다는 자평이 가능한 만큼 친박 세력은 정치적 입지가 축소될 수 밖에 없고 복당 절차를 통한 외부 친박세력의 `생환`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과반을 겨우 넘겨 150∼160석을 확보하는 데 그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박 전대표와 친박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친이계와 친박계가 일정한 권력분점을 꾀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도 내부 전망치인 80석 확보 여부가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80석 이 상 확보할 경우 일정한 견제력을 갖춘 제1야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질서있는` 체제 정비가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80석 미만으로 의석수가 내려간다면 당은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당장 지도부에 대한 선거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당권과 노선 재정립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과 대립이 전면으로 대두되고 외부 정계개편 흐름에 빨려들어갈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 과반실패, 민주당 100석 획득 = 한나라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다면 한나라당은 정국주도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여소야대의 구도 속에서 정국운영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할 수 밖에 없고 MB노믹스로 지칭되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 내부가 `심리적 마지노선`의 붕괴로 혼돈상태로 빠져들 공산이 적지 않다. 선거책임론 속에서 친이계의 입지가 약화되고 박 전대표와 친박세력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7월 전당대회에서 당의 주도권이 친박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한나라당이 부족한 과반을 채우려고 외부 보수세력을 상대로 `의원 빼내기` 등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참여정부의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2005년 과반의석이 무너지자 급속한 내부분열과 함께 정국주도력을 상실했던 점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100석 이상을 확보한다면 강력하고 안정적인 야당의 면모를 갖추는 데 성공하게 된다. 유일 견제야당으로서 `정치적 추인`을 받았다는 상징성과 함께 여당의 독주를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을 확보함으로써 정국의 이니셔티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손학규 대표를 주축으로 한 당 지도부는 선거의 `전과`를 바탕으로 당권을 확실히 장악하면서 상대적으로 정동영계, 친노계, 구 민주당계의 입지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민주당이 100석 이상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제2야당인 자유선진당이 원내교섭단체 수준인 20석 이상을 확보, 정국 운영과정에서 일정한 캐스팅 보트를 쥘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유선진당 등 군소정파들이 고전하면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민주당도 100석 이상을 획득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정치권은 명실상부한 양당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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