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시인 류시화의 작품은 인간의 본연을 찬찬히 더듬어보게 하는 섬세함이 담겨있다. 그는 저서에서 '삶의 마지막에 이르면 즐겁게 지낸 놀이의 순간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일과 휴식으로 구성되는 우리 삶에서 일보다는 놀이에서 행복감을 얻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은 스트레스를 동반하지만 놀이는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주고 즐거움을 준다.

최근 들어 놀이는 문화적 가치와 결합되면서 그 면모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눈썰매를 타고 토끼몰이를 하던 예전의 놀이문화가 과학기술, 특히 디지털콘텐츠 기술과 접목되면서 게임, 드라마, 영화, 전시공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문화콘텐츠에 의한 여가와 휴식의 욕구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놀이는 단순한 '시간 죽이기(killing time)'가 아니다. 문화콘텐츠는 인간의 창의력이라는 원초 본능을 자극한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이라는 판타지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스토리와 세계관을 간접 경험하고, 틀에 박힌 일상의 경직된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계기를 얻기도 한다.

21세기는 문화콘텐츠의 시대다. 어린이들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연보호와 환경의 존엄성을 배우고, 청소년은 게임을 하면서 도전성과 창조성을, 어른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가정과 국가에서의 역할을 새롭게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는 국정과제로 '핵심 문화콘텐츠 집중 육성 및 투자확대'를 내걸었다. 세계 각 국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문화콘텐츠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우리나라 역시, 현실에 맞는 전략 수립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상품 중 문화콘텐츠 분야는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가치사슬, 기술의 변화와 기복이 심해 미래 전략기술 발굴 또한 결코 쉽지만은 않다. 미래 문화콘텐츠를 향한 주요 동향 중의 하나는 바로 문화콘텐츠 분야별 User-led innovation으로 현재 UCC 붐이 그 전조라 할 수 있다.

다소 성급해 보이기도 하지만 유튜브 사이트에는 미래 문화콘텐츠의 발전방향을 예측해 놓은 동영상이 있는데, 2050년에는 구글이 User-led innovation을 발판으로 지구상 왕자가 된다고 연출하고 있다. 그때까지 MS, 야후, 아마존, 린든랩, BBC 등이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사라져 가는 과정도 묘사하고 있다.

이렇듯 문화콘텐츠는 세계적인 기업의 각축장이 되고 있어 문화콘텐츠 육성정책이 지금까지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케치 업' 전략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신시장을 먼저 발굴 선점하는 '선진국 추월'전략으로 전환해야할 시기이다.

미래예측과 신시장 육성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후발주자의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하는데 리스크를 감수하는 과감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산업정책 추진 토양은 리스크 감수에 보다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문화콘텐츠 기술개발을 단순한 시간 죽이기를 위한 기술개발로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게임업계 현장을 방문, 실사한 것은 관련 산업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또한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규모 있는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문화부의 R&D 예산은 소규모인 반면, 정통부 R&D 예산 규모는 그보다 나은 편이었으나, 언제나 최하위급을 헤어나지 못했다. 앞으로 정부의 투자 규모는 현재보다 크게 확대될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기술은 인간의 창의력을 실체화시켜주는 수단으로, 허구의 아이디어가 콘텐츠 기술에 의하여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디지털상품으로 실체화된다.

문화콘텐츠 기술은 SW, 네트워크, 단말기, 인터넷 서비스 및 IPTV 등 인접기술의 철저한 노하우 확보를 바탕으로 경쟁력이 생겨난다.

기술선진국이 80년대부터 이 분야 경쟁력을 연마한 것에 비하면 늦은 감은 있으나 ETRI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문화콘텐츠 기술개발을 추진해 오면서 문화콘텐츠 르네상스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한 성과로서 우리나라에서 헐리우드 VFX물량을 수주하는 국제수준의 스타CG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게임 분야에서는 기술이전 업체가 코스닥에 입성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특히 콘텐츠 보호 유통 분야에서는 해외기술을 압도하고 국내 저작권 보호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분명 미래의 먹거리이다. 그리고 고용창출 발전소이다. 지금은 모처럼의 정부의 리더십 하에 산업계, 학계 및 출연연이 역할을 면밀히 검토하고 완전군장을 꾸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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