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대 한국해양연구원장


바다는 생물자원, 광물자원, 에너지자원 등을 간직하고 있는 지구의 보물창고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해양 선진국들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해양을 탐구하고 개발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와 희생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한 노력의 대가로, 미지의 세계였고 동경의 대상이었던 바다의 실체가 하나 하나씩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류가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인류는 40억㎞ 넘게 떨어져 있는 해왕성에 보이저 2호를 보내 사진을 찍을 만한 과학기술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고작 10㎞ 깊이의 바다 속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바다의 비밀이 좀처럼 벗겨지지 않는 것은 높은 수압과 냉장고처럼 차가운 수온, 그리고 빛이 없는 암흑의 세계 등 인간이 접근하기에 어려운 환경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바다는 인류가 접근하기에 쉬운 장소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많은 미래학자들이 예견했듯이 21세기가 '해양의 시대'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21세기는 해양이 제공하는 자원을 누가 더 잘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국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근래 전 지구의 가장 큰 관심사인 기후변화의 문제도 종국에는 해양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에 세계 각 국은 비좁은 육지에서 벗어나 생명의 근원지이며 아직도 많은 미답지를 가지고 있는 바다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국토가 협소하고 부존자원이 빈곤한 우리나라는 해양개발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유일의 종합해양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은 미래과학기술인 '해양과학기술'을 통해 해양 강국의 청사진을 실현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대한민국 해양과학기술의 역사이자 상징이다.

1973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부설 해양개발연구소로 설립된 한국해양연구원은 해양자원, 해양생명, 해양공학, 해양환경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의 연구를 통해 경제적, 안보적, 환경적, 미래적 측면에서 해양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우리나라 해양개발의 메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러 해양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해양에 대한 연구와 개발의 역사가 짧은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그동안 세계 10위 수준의 해양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각계 해양 전문가들이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불굴의 의지로 몇 곱절의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라 자부하고 있다.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보루인 바다를 얻는 것은 미래를 얻는 길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꿈은 저 멀리 우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의 바다로 눈을 돌리자. 그곳에서 우리는 무한한 상상의 꿈이 현실이 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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