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로
화학물 거의없어 폭발가능성 적어



휴대전화 배터리가 폭발해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생겼다는 끔찍한 소식이 있었다. 사고를 낸 사람이 자신의 실수를 숨기려는 거짓말이었음이 밝혀진 것이 다행이다. 배터리 제조사와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고, 근거 없는 주장을 무작정 믿었던 경찰과 언론은 망신을 당했다. 불에 타기는 했지만 본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배터리만 제대로 살펴보았더라도 그런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선무당이 멀쩡한 사람을 잡을 뻔했다.

배터리는 자동차나 휴대용 전자제품에 적은 양의 전류를 공급해주는 장치다. 자석과 코일을 이용한 발전기의 기계적 방식 대신에 분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것이다. 공기 중에서 쇠가 녹이 슬고, 우리 몸에서 포도당이 소모되는 것과 똑같은 원리의 지극히 자연적인 화학변화다. 다만 분자들이 산화와 환원 과정에서 전자를 직접 주고받는 대신 전자가 흘러 다닐 수 있는 도선(導線)을 통해서 전달되도록 만든 것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배터리가 손상되면 문제가 생긴다. 배터리의 '+'극과 '-'극의 화학물질들이 직접 접촉을 하게 되면 도선을 통해서 일어나야 할 산화 환원 반응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열이 발생해서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자칫 폭발성 기체인 수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배터리에 무리한 충격을 주거나 구멍이 생겨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텔레비전 뉴스에 등장한 실험은 그런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물론 그런 폭발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배터리의 외부를 단단한 금속이나 쉽게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그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오늘날 우리가 휴대전화에 사용하는 배터리는 수소 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리튬이온 배터리였다. 더욱이 내부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의 양도 많지 않기 때문에 치명적인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고 배터리가 언제나 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배터리를 너무 뜨겁게 가열하면 내부의 액체가 기화(氣化)하기 때문에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불량 충전기 때문에 충전속도가 너무 빨라져 많은 열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

배터리에 들어있는 전해질(電解質)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전해질은 배터리의 전극에서 일어나는 산화반응과 환원반응에 필요한 '이온'을 안정화시켜 주고, 도선을 통해 전류가 흐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전해질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물에서는 배터리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배터리에 사용하는 전해질은 대부분 강한 산(酸)이나 염기(鹽基), 또는 염(鹽)이다. 오래 전부터 써왔던 건전지에는 염화암모늄과 염화아연이 녹아있는 수용액을 사용하고, 요즘 많이 사용하는 알칼리 배터리나 수은 배터리는 염기성이 강한 수산화포타슘(KOH)이나 수산화나트륨(NaOH)을 쓴다. 자동차용 축전지에는 진한 황산 용액이 사용된다. 그런 전해질은 피부나 섬유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가 있다.

배터리는 화합물의 전기적 특성을 정확하게 밝혀낸 현대 화학이 만들어낸 걸작품이다. 그런 배터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이었다. 기껏해야 휴대용 손전등에나 사용하던 배터리는 소형 전자제품이 등장하면서 본격 활용되어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배터리가 매우 유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반응성이 매우 큰 화학물질로 가득 채워진 배터리를 아무렇게나 다뤄서는 안된다. 배터리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배터리가 폭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 이유는 없다.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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