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공정위가 금융회사의 불공정 행위나 담합 혐의에 대해 매섭게 칼을 휘두르자 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금감원이 이중 제재 문제를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똑같은 사안에 대해 금감원과 공정위가 번갈아가며 조사를 하고 제재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묵은 이 문제는 공정위가 2003년부터 4년간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렌터카 비용등 간접손해 보험금 253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8개 손해보험사에 대해 22일 21억9천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금감원은 작년 5월에 이미 손보사들에 보험금 미지급이 재발하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했고 보험사들은 제도 개선과 함께 미지급 보험금의 95% 가량을 지급했다.

금감원은 올 들어 2차례에 걸쳐 실태 점검을 해 해당 보험사에 경영 유의조치를 했다.

금감원은 이런 조치 사항들을 지난 9월 공정위에 전달했다. 공정위가 제재하면 이중 제재가 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손보사들이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남용해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칼을 거두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조치로 보험소비자인 피해자가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사례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3일 이 문제와 관련한 논평에서 "손보사들이 약관상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주지 않았고 지위남용 행위가 만연한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공정위의 조치는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이중 제재 운운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경쟁법 집행과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금융감독의 취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작년 6월 시중은행들이 변동금리형 대출 상품을 고정 금리인 것처럼 운영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69억원의 과징금을 매겼을 때도 이중 제재 논란이 일었다.

금감원이 해당 은행들에 대해 검사 및 제재까지 끝낸 사안인데 공정위가 가세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경제 제한성과 소비자 피해 여부를 조사하는 자신들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중복 제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공정위가 올해 6월에 손보사들이 2002년 이후 손해보험상품의 보험료를 담합했다며 5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을 때는 금감원의 행정지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손보사들은 당시 보험료를 자율화하는 과도기에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금감원의 행정지도에 따라 불가피한 점이 있었다고 항변했고 금감원도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행정지도가 가격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공정위와 금융당국이 조만간 중복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상호업무 수행의 원칙과 기준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맺을 계획"이라며 "그러나 사안별로 업무 영역을 명확히 나누기 어렵고 보는 시각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중복 규제가 실제 해소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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