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열 KT 경영연구소장
IPTV를 둘러싸고 전혀 다른 두 세계가 교차하고 있다. 한 곳에서는 IPTV 도입을 위한 법제화 공방이 뜨겁고, 다른 한 곳에서는 실시간 방송 이전 단계인 VoD(주문형비디오) 형태의 프리(Pre)―IPTV 출시로 TV 시청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인기 드라마인 '태왕사신기'를 보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집에 있어야 하는 시공간적 제약에서 해방되었다. 놓친 회수를 클릭만 하면 편한 시간에 IPTV '다시보기'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편들을 놓쳐 한꺼번에 시청할 때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광고도 없어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잠시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TV 시청 형태가 나타난 것이다.이러한 시청 유형을 가진 IPTV 가입자 수가 70만을 넘어섰다고 하니, 비록 실시간 방송은 안 되지만, 프리IPTV에 대한 시장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며칠 전 '글로벌HR포럼2007'에 참석한 영국 BT 회장인 벤 버바이엔의 발언이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BT의 IPTV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는 테크놀로지보다 서비스나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다"라는 그의 역설 속에서 '네트워크 풍요 속의 콘텐츠 빈곤'이 느껴진다. 영국도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몇 년간 TV로 여길 수 있는 미디어가 위성방송, 모바일TV, DMB, 인터넷TV, 이제는 IPTV까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저명한 IT 미래학자인 조지 길더가 주장한 '텔레코즘(Telecosm, 새로운 통신기술이 만들어내는 세계)'이 TV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체가 풍성해진 만큼 과연 소비자들이 그 혜택을 온전하게 누리고 있는가에 대해 자문해 보면 뭔가 좀 허전하고 빈 느낌이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이용 증가로 TV 시청시간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방송사들은 불평하지만, TV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졌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니, 지난 7년간 우리나라 케이블TV 가입자는 50% 이상 꾸준히 증가하였고, 인터넷을 통해 활성화된 동영상UCC의 80% 이상이 기존 TV 프로그램을 재편집해 활용한다고 하니, 이것만 봐도 TV의 위상은 여전히 살아 쉼 쉬고 있으며 오히려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인터넷과의 결합으로 훨씬 더 커져버렸다.
최근 한 보고서를 보니, 우리나라 지상파 3사와 CJ, 온미디어 등이 소유한 채널들의 케이블TV 시청점유율이 85%를 상회한다고 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보는 프로그램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그렇게 많은 TV 매체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 상위권 채널들을 수급하지 못하는 매체들은 아무리 좋은 기술적 인프라를 갖추고 서비스를 출시했어도 꽃도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 버릴 수 밖에 없다. 풍요 속의 빈곤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 역행하듯, 비교적 기술에 앞서 있는 현명한 소비자들은 다양한 미디어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프로그램들을 대안 매체인 인터넷을 통해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매체 속성을 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 매체와 그 내용물인 콘텐츠를 분리하는 것이다. 발 빠른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특정 매체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소비자에게는 지상파냐, 케이블이냐, 위성이냐 IPTV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그 곳에서 내가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접근할 수 있느냐가 주요 관심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TV 시장은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러한 소비자 욕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어, 투니버스 등 특정 인기 채널들이 위성방송으로 전송되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이 현재 여러 매체들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장애가 소비자들이 새로운 매체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으로 작용하여 결국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매체들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면서 동시에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도 보장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외로 잠시 눈을 돌려보자. 유료방송시장이 가장 발달되어 있고 경쟁 또한 치열한 미국의 경우, 신규 매체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TV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하는 프로그램동등접속제도(PAR, Program Access Rule)가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스포츠와 같은 특정 이벤트에 대해서는 특정사업자와의 독점계약을 무효화하는 보편적접속제도(UAR, Universal Access Rule)를 1996년부터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사례가 우리 환경이나 매체 현실에 맞지 않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의 볼 권리가 가장 우선시'된다는 정책 철학과 목표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방송 또는 TV시장은 그동안 양적으로 풍요로운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MS의 빌게이츠 회장이 'TV혁명'이라고 표현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볼 권리 내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최우선시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 중심의 미디어생태계(Media Ecosystem)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에 대한 미디어, 콘텐츠, 정책 입안자 등 다양한 생태계 주체들의 열린 마음과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IPTV를 둘러싸고 전혀 다른 두 세계가 교차하고 있다. 한 곳에서는 IPTV 도입을 위한 법제화 공방이 뜨겁고, 다른 한 곳에서는 실시간 방송 이전 단계인 VoD(주문형비디오) 형태의 프리(Pre)―IPTV 출시로 TV 시청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인기 드라마인 '태왕사신기'를 보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집에 있어야 하는 시공간적 제약에서 해방되었다. 놓친 회수를 클릭만 하면 편한 시간에 IPTV '다시보기'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편들을 놓쳐 한꺼번에 시청할 때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광고도 없어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잠시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TV 시청 형태가 나타난 것이다.이러한 시청 유형을 가진 IPTV 가입자 수가 70만을 넘어섰다고 하니, 비록 실시간 방송은 안 되지만, 프리IPTV에 대한 시장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며칠 전 '글로벌HR포럼2007'에 참석한 영국 BT 회장인 벤 버바이엔의 발언이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BT의 IPTV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는 테크놀로지보다 서비스나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다"라는 그의 역설 속에서 '네트워크 풍요 속의 콘텐츠 빈곤'이 느껴진다. 영국도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몇 년간 TV로 여길 수 있는 미디어가 위성방송, 모바일TV, DMB, 인터넷TV, 이제는 IPTV까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저명한 IT 미래학자인 조지 길더가 주장한 '텔레코즘(Telecosm, 새로운 통신기술이 만들어내는 세계)'이 TV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체가 풍성해진 만큼 과연 소비자들이 그 혜택을 온전하게 누리고 있는가에 대해 자문해 보면 뭔가 좀 허전하고 빈 느낌이다.
최근 한 보고서를 보니, 우리나라 지상파 3사와 CJ, 온미디어 등이 소유한 채널들의 케이블TV 시청점유율이 85%를 상회한다고 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보는 프로그램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그렇게 많은 TV 매체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 상위권 채널들을 수급하지 못하는 매체들은 아무리 좋은 기술적 인프라를 갖추고 서비스를 출시했어도 꽃도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 버릴 수 밖에 없다. 풍요 속의 빈곤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 역행하듯, 비교적 기술에 앞서 있는 현명한 소비자들은 다양한 미디어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프로그램들을 대안 매체인 인터넷을 통해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매체 속성을 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 매체와 그 내용물인 콘텐츠를 분리하는 것이다. 발 빠른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특정 매체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소비자에게는 지상파냐, 케이블이냐, 위성이냐 IPTV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그 곳에서 내가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접근할 수 있느냐가 주요 관심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TV 시장은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러한 소비자 욕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어, 투니버스 등 특정 인기 채널들이 위성방송으로 전송되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이 현재 여러 매체들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장애가 소비자들이 새로운 매체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으로 작용하여 결국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매체들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면서 동시에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도 보장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외로 잠시 눈을 돌려보자. 유료방송시장이 가장 발달되어 있고 경쟁 또한 치열한 미국의 경우, 신규 매체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TV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하는 프로그램동등접속제도(PAR, Program Access Rule)가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스포츠와 같은 특정 이벤트에 대해서는 특정사업자와의 독점계약을 무효화하는 보편적접속제도(UAR, Universal Access Rule)를 1996년부터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사례가 우리 환경이나 매체 현실에 맞지 않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의 볼 권리가 가장 우선시'된다는 정책 철학과 목표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방송 또는 TV시장은 그동안 양적으로 풍요로운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MS의 빌게이츠 회장이 'TV혁명'이라고 표현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볼 권리 내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최우선시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 중심의 미디어생태계(Media Ecosystem)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에 대한 미디어, 콘텐츠, 정책 입안자 등 다양한 생태계 주체들의 열린 마음과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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