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묵 한국한의학연구원 정책연구팀장


최근 한약 또는 천연물을 소재로 신약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지난 9월 이후 국제학술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바이오 코리아 2007에서 천연물 신약개발 세션이 열렸고,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이 한약신약개발 동향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6일에도 국제한의학박람회의 부대행사로 한약 제제의 표준화 및 제조지침에 대한 심포지엄이 열린다. 유사한 내용의 학술행사임에도 행사마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연구자들이 모여들고 있고 열의도 높다.

이렇듯 한약 관련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한약 신약개발의 경제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점을 들 수 있다. 한약을 소재로 한 신약개발의 투자대비 산출액은 기존의 합성신약 보다 월등하다. 실례로 우리나라 SK제약이 개발한 백금착색 항암제인 '선플라 주사제'는 개발비용이 111억원으로 발매 첫해 매출액이 30억원에 머무른 반면, 같은 회사의 한약신약인 '조인스정'은 65억원을 들여서 첫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 약 매출 상위 10개 품목 중 국내 개발 신약으로 유일하게 포함된 것은 동아제약의 스티렌인데, 스티렌은 쑥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천연물신약이다.

두 번째로 세계 최대 약품시장인 미국에서 식물성 약, 즉 우리의 한약이나 천연물 유래 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대한 허가 정책이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약품 허가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미국 FDA는 지난 90년대 말까지 복합 처방의 한약은 물론 단일 한약재의 추출물에 대해서도 의약품 허가를 위한 프로세스에 진입 조차하지 못하게 했었다. 그러다가 1997년에 중국 천사력제약의 '복방 단삼적환'이 FDA로부터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연구용 신약(IND)의 지위를 최초로 부여받아 화제가 되었다.

그 이후 연구용 신약 신청이 증가, 9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281건의 단방 또는 복합처방의 식물성 약이 연구용 신약으로 승인됐고, 마침내 지난해 10월 녹차추출물인 '베레젠'이라는 약이 식물성 약으로선 미국 최초로 신약으로 승인되기에 이르렀다.

한약 신약개발의 장점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약 신약을 위한 연구개발 환경은 아직 취약하다. 특히 복합한약처방을 이용한 신약개발 연구에 대한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한ㆍ미 FTA 체결에 따른 제약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범부처적 신약개발계획이 수립되고, 이에 근거하여 최근 보건복지부가 신약개발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것이 한약신약개발을 활성화할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인지 관심을 갖게 한다.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한약신약개발에 대해 어느 정도의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한약 관련 연구자들에게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지원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약은 수 천년 간 이용되어 왔고, 현재도 한방 병의원에서 각종 질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므로, 오랜 경험의 축적을 통해 이미 그 효과와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 '준비된' 신약 소스다.

문제는 신약개발지원사업을 이끌 주체들의 인식이다. 주체들의 인식에 따라 결과가 천지차이가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실질적으로 사업을 이끌 기획위원회 구성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범부처 신약개발계획 수립을 주관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지원 대상 신약의 범주에 바이오신약이든, 천연물신약이든, 한약신약이든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면 모두 포함된다고 밝힌바 있다. 앞으로 구성될 사업 기획위원회에 한약, 천연물 관련 전문가들 다수가 꼭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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