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번호자원 효율관리"-"사적 자산…획일화 안돼" 충돌
정통부 "고유 행정권한 행사 당연"
시민단체 "번호전환 강제는 무리"
'번호는 국가 자원이다 vs 소비자의 사적 자산이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LG텔레콤의 '리비전A' 서비스에 대해 010번호를 부여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과 관련, 정통부의 번호통합정책에 대한 논란이 '이통사간 신규서비스 번호부여 논쟁'에서 '정부의 소비자 번호 자산침해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이통사의 서비스와 유선전화의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식별번호가 주파수처럼 한정된 공공자산이라는 주장과 장기간 개인이 사용한 만큼 사적자산이라는 시각의 충돌이다.
◇기존번호 강제회수 왜?=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서비스나 지역 식별을 위해 번호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가급적 기존 번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수적인 정책을 펴왔다. 소비자가 이미 보유한 식별번호를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서비스사업자나 종류를 바꾸는 번호이동성 제도를 확대하는 정책기조를 보여왔다.
하지만 단기간 통신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우리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이동전화번호 제도개선계획을 확정, 2004년부터 3G 가입자 및 2G 신규가입자, 번호변경 희망자에게는 010국번을 부여하고, 기존 식별번호는 010사용 비중이 전체 가입자의 80%에 이르면 강제 통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2004년 2G 사업자별로 순차적으로 번호이동성 제도를 시행했다. 지난해 4월에는 010 이외 식별번호를 사용하는 2G가입자가 3G에 가입하려면 기존 번호를 버리고 010식별번호를 받아야한다는 2G-3G간 번호이동성 정책도 확정했다.
3G서비스는 010만, 2G 식별번호는 단계적으로 010으로 통합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2G 시장지배력 전이를 막고 선후발 업체간 경쟁 활성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지난 2004년 시행한 번호이동성 제도는 특정 이통사가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온 번호의 브랜드화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부는 010번호통합을 지속하되 장기적으로 01Y번호가 20%로 줄면 '강제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가입자 반발 어떻게 무마할까=문제는 최근 리비전A 010번호부여 논란에서처럼 향후 010 번호통합으로 촉발될 가입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 여부다. 자기번호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개인사업자들의 반발움직임이 적지 않다. 특히 현재 번호자원이 고갈된 것도 아닌데 굳이 번호전환을 강제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있다.
한 시민단체는 번호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 편익에 있어야 함에도 사업자별 번호부여로 정책실패를 자행했던 정부가 뒤늦게 이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번호통합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정책이사는 "이동통신 소비자는 번호를 통해 자신의 인적네트워크를 유지 관리하기 때문에 고유번호는 자산으로서 가치를 함께 지닌다"면서 "국가가 공공정책으로 번호변경을 강제하고 불이익을 감수케 함으로써 소비자 사적자산을 포기하도록 종용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LG텔레콤의 리비전 A에 010번호를 결정한 것도 3세대 이동통신 번호를 010으로 통합하자는 번호통합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질 높은 신규서비스'와 '나를 대표하는 전화번호'를 맞바꾸는 셈이어서 합당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010번호는 기존 CDMA 방식 2세대 이통 신규가입자에게도 할당돼 현재 전체 가입자의 50%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정통부 주장처럼 '2세대 시장상황이 3세대로 전이되는 상황을 막는다'는 010번호통합정책의 취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권한'이라지만 논란은 지속=이에 대해 정통부는 번호는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에 따라 국가가 사업자에게 부여하고 이를 개인이 이용하는 것인 만큼 관리권한이 국가에 있고 회수에도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0년 중순 시외전화 지역번호를 통합했을 당시에도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개별 가입자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는 것. 때문에 국회 동의가 불필요한 행정권한인 만큼, 기존 번호를 고수하려는 이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해도 승소할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다.
또 정부는 희소한 번호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중장기적으로 신규이용자의 편익과 번호자원의 고갈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추후 고갈에 따른 갑작스런 번호전환으로 촉발될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시점이 번호체계 정리의 적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번호통합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후생'이나 '공익성'이 기존 이용자의 불편이나 사업자의 비용손실을 뛰어 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통부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어서, 번호통합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와 사업자, 가입자간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조성훈기자 hoon21@
정통부 "고유 행정권한 행사 당연"
시민단체 "번호전환 강제는 무리"
'번호는 국가 자원이다 vs 소비자의 사적 자산이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LG텔레콤의 '리비전A' 서비스에 대해 010번호를 부여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과 관련, 정통부의 번호통합정책에 대한 논란이 '이통사간 신규서비스 번호부여 논쟁'에서 '정부의 소비자 번호 자산침해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존번호 강제회수 왜?=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서비스나 지역 식별을 위해 번호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가급적 기존 번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수적인 정책을 펴왔다. 소비자가 이미 보유한 식별번호를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서비스사업자나 종류를 바꾸는 번호이동성 제도를 확대하는 정책기조를 보여왔다.
하지만 단기간 통신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우리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이동전화번호 제도개선계획을 확정, 2004년부터 3G 가입자 및 2G 신규가입자, 번호변경 희망자에게는 010국번을 부여하고, 기존 식별번호는 010사용 비중이 전체 가입자의 80%에 이르면 강제 통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2004년 2G 사업자별로 순차적으로 번호이동성 제도를 시행했다. 지난해 4월에는 010 이외 식별번호를 사용하는 2G가입자가 3G에 가입하려면 기존 번호를 버리고 010식별번호를 받아야한다는 2G-3G간 번호이동성 정책도 확정했다.
3G서비스는 010만, 2G 식별번호는 단계적으로 010으로 통합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2G 시장지배력 전이를 막고 선후발 업체간 경쟁 활성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지난 2004년 시행한 번호이동성 제도는 특정 이통사가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온 번호의 브랜드화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부는 010번호통합을 지속하되 장기적으로 01Y번호가 20%로 줄면 '강제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가입자 반발 어떻게 무마할까=문제는 최근 리비전A 010번호부여 논란에서처럼 향후 010 번호통합으로 촉발될 가입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 여부다. 자기번호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개인사업자들의 반발움직임이 적지 않다. 특히 현재 번호자원이 고갈된 것도 아닌데 굳이 번호전환을 강제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있다.
한 시민단체는 번호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 편익에 있어야 함에도 사업자별 번호부여로 정책실패를 자행했던 정부가 뒤늦게 이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번호통합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정책이사는 "이동통신 소비자는 번호를 통해 자신의 인적네트워크를 유지 관리하기 때문에 고유번호는 자산으로서 가치를 함께 지닌다"면서 "국가가 공공정책으로 번호변경을 강제하고 불이익을 감수케 함으로써 소비자 사적자산을 포기하도록 종용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LG텔레콤의 리비전 A에 010번호를 결정한 것도 3세대 이동통신 번호를 010으로 통합하자는 번호통합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질 높은 신규서비스'와 '나를 대표하는 전화번호'를 맞바꾸는 셈이어서 합당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010번호는 기존 CDMA 방식 2세대 이통 신규가입자에게도 할당돼 현재 전체 가입자의 50%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정통부 주장처럼 '2세대 시장상황이 3세대로 전이되는 상황을 막는다'는 010번호통합정책의 취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권한'이라지만 논란은 지속=이에 대해 정통부는 번호는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에 따라 국가가 사업자에게 부여하고 이를 개인이 이용하는 것인 만큼 관리권한이 국가에 있고 회수에도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0년 중순 시외전화 지역번호를 통합했을 당시에도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개별 가입자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는 것. 때문에 국회 동의가 불필요한 행정권한인 만큼, 기존 번호를 고수하려는 이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해도 승소할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다.
또 정부는 희소한 번호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중장기적으로 신규이용자의 편익과 번호자원의 고갈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추후 고갈에 따른 갑작스런 번호전환으로 촉발될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시점이 번호체계 정리의 적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번호통합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후생'이나 '공익성'이 기존 이용자의 불편이나 사업자의 비용손실을 뛰어 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통부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어서, 번호통합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와 사업자, 가입자간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조성훈기자 hoo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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