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제휴 등 '윈윈'해법 찾아야

지역이기주의ㆍ행정당국 외면으로 '짝퉁 근절' 요원
한국 현지업체들 첨단기술 개발 등 적극적대응 절실



중국이 지적재산권 관련 제도를 구축한 것은 1979년 개혁개방 이후이다. 따라서 아직 30년이 채 안됐다. 1980년에 지식산권국(한국의 특허청)을 설립했고 1983년엔 상표법 특허법 저작권법 등 전문화된 법규를 제정했다. 1990년에는 국제규약의 요구에 맞춰 '중화인민공화국 저작권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특유의 지역이기주의와 행정당국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지재권법의 집행은 무뎌졌고, 따라서 지재권의 효율적 행사는 여전히 '머나 먼'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지재권을 지켜내려면 △중국의 법과 제도에 대한 철저한 인식 △중국의 체제 실상과 시장 특성에 대한 이해 △진출 기업의 권리 의식 강화와 장기적 경쟁력 확보 △중국 산업계 및 정부와의 협력 강화 등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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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질병 '지역이기주의'=중국은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지재권 보호 조치를 강화했다. 특허권에 대한 보호도 특허권의 등록시점이 아닌 출원시점부터 가능하게 했다. 사실상 중국의 WTO 가입 자체가 지재권 보호의 수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이르렀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난 2003년에는 유명 브랜드에 대한 보호가 중국기업뿐만 아니라 외자기업에까지 확대 적용하게 된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지역이기주의'라는 중국의 고질병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개혁개방 이후 지방의 '따로 국밥' 현상은 더욱 깊어졌고, 그 영향으로 지재권법 집행 역시 중앙의 법규 보다 지역의 이해관계가 우선됐다. 이른바 '짝퉁' 생산업체의 지역 내 생산비중이 높거나 취업 공헌도가 높을 경우 지방정부는 법적 제재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지재권을 보호하고 위반사항을 단속하는 지방 행정당국이나 지방법원에 대한 인사권을 지방정부가 갖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지역이기주의의 발흥에 일조했다. 결과적으로 지방정부는 지재권 관련 행정 사법 조직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이들의 칼끝을 무디게 만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에서 지재권법 집행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은 전국에 만연해 있는 지역이기주의"라고 말했다.

여기에 행정부처의 비효율성, 정부의 지재권에 대한 인식 부족 등도 원활한 지재권법 집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지재권 관련 대표 기관은 국무원 직속의 국가지식산권국이지만 상표권은 상표국, 저작권은 국가판권국이 주관하는 등 권한이 분산돼 있다. 여기서 떠넘기기가 발생하고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가 만연해지면서 법 집행의 효율성이 낮아진 것이다.

◇머나먼 길 지재권 보호=중국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4월 상하이(上海)에서 '2006 중국 지재권 형사보호 포럼'을 개최하고 미국, EU, 캐나다 등과 지재권 범죄에 공동 대처한다는 상하이선언을 채택했다. 비슷한 시기 국무원은 '지재권 보호에 관한 요강'을 발표했다. 이 요강은 △불법 복제 방지 △상표 무단복제 방지 △특허권 무단 사용 방지 △OEM 기업 감시 △디자인 도용 방지 △지재권 범죄 신고센터 설립 등 6대 중점사항을 천명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처벌규정을 강화하면서 '짝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소프트웨어나 영상 등을 500개 이상 불법복제 하거나 판매한 자에게는 3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 지재권법의 엄정한 집행은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정부의 지재권에 대한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법과 제도의 정비라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식의 변화 없는 각종 법령 정비나 지재권 보호활동은 그저 '이벤트'성 행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 정부가 지재권 보호의 기치를 높이 들면서 특별단속을 통해 상징적으로 내보인 첫 사건이 지난 2004년의 베이징(北京) 슈수이(秀水)시장, 상하이 상양루(襄陽路)시장에 대한 폐쇄 조치였다. 이들은 중국 짝퉁시장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1년이 채 안돼 이들 시장은 시내 중심에 초대형 '중저가 매장'을 가장한 '짝퉁 전문 쇼핑몰'을 세워 고객의 '성원'에 보답하고 있다.

◇지재권을 지키는 길=삼성과 LG 등 중국 진출 기업들은 대부분 지재권 침해를 직접 경험했다. 이들 기업 내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활동 중이거나 활동을 계획 중인 한국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첫째, 한국 기업들은 중국 진출 시 중국의 지재권과 관련된 법ㆍ제도와 사회적 관행 등이 한국의 상황과 다르다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중국의 성장 및 발전단계상 지재권에 대한 기업의 권리가 부당한 이익착취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지식의 습득도 중요하다.

둘째, 중국 체제와 시장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점, 지재권 침해에 대한 처리 태도에 있어 외국인과 외국회사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가 존재한다는 점 등을 숙지해야 한다.

셋째, 진출 기업의 지재권 의식 강화와 장기적 경쟁력 확보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한국 기업의 특허 출원건수는 세계적으로 앞서 있으나 첨단기술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디자인 도용과 상표 모방 등 지재권 침해에 노출되기 쉽다. 중국 진출 기업은 모방이 어려운 기술 개발을 통해 중국의 모방을 따돌릴 수 있는 장기적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거시적인 안목에서 중국 산업계 및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상호 윈-윈의 호혜적 시각에서 현지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지재권 강화 노력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베이징(중국)=허민특파원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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