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성 연세대학교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영화가 우리의 일상에 주는 의미는 생각 이상으로 큰 것 같다. TV든 PC든 스크린이든 그 앞에 가족과 친구들이 모이고, 남녀의 주요한 데이트 코스로 영화관이 빠지지 않는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우리의 상상 결정체이고, 영화의 배우는 우리의 실존 관심사이다. 영화처럼, 자본, 기술, 산업, 문화, 예술이 결집되어 우리의 생활과 사고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드문데, 최근 600만 관객동원을 돌파한 두 편의 영화에 대한 얘기가 분분하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는 그 화려한 CG와 볼거리에 비해 부족한 시나리오나 연기력으로 엇갈린 평을 듣고 있다. 700억의 제작비, 미국 1500개 상영관 확보 등의 얘깃거리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 눈높이 수준의 B급 영화라는 놀림거리가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국내 저명 영화감독과 평론가의 비판 발언에도 굴하지 않고 흥행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의 후하지 않은 평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이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대답은 영화의 본질이 대표적인 대중문화라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순수 학문이나 순수 예술이 그들의 참된 가치를 소수에서 기인한 전문성과 창의성으로 인정받는 것과 달리, 대중문화는 대중의 판단에 의하여 결정된다. 대중에게 잘못된 사상과 불쾌한 감정을 심어주지 않는 이상, 대중문화는 더 이상의 판단이 필요 없다. 한국 영화의 왜곡이나 애국심 또는 동정 마케팅과 같은 지적에 대한 판단은 궁극적으로 시장, 즉 대중의 몫이다.
디 워가 표방하는 한국적 SF대작의 시도와 볼거리를, 예술적 감흥을 기대하지 않고 관람비를 지불한 대중이 좋아하면 그만인 것이다. 지나친 비판적 개입은 오히려 충무로의 주류가 비주류의 신분상승을 불편해 하는 것이라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디 워가 환상적 허구에 기인한 작품이라면,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제작된 영화다. 화려한 휴가에 대한 논란은 영화 자체의 작품성보다는 5.18 민주화운동의 실체와 의미에 대한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인가?", "14세 소녀의 입장에서 알기 쉽게 5.18 사태를 알려주세요". "어느 책(교과서)에도 나와 있지 않아요", 또는 "왜 이제 와서 다시 5.18 인가?"와 같은 인터넷 글이 넘쳐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실제로 그 당시 상황을 경험했던 이들은 실제보다 그 강도가 훨씬 약하고 추상적으로 표현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시공을 넘나들며 이무기가 도심의 한복판에서 신나게 때려부수는 디 워와는 다르게, 화려한 휴가는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인식에 대해 책임이 있다. 역사적 사실임을 밝히며 관객으로 하여금 복받치는 흥분과 처절한 슬픔으로 영화의 감동을 대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도 최초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 장소가 불명인 상태에서, 기대했던 정권조차 실상과 범죄자를 밝히지 않은 이 민족의 멍에를 활용하여 대중문화로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나 화려한 휴가는, 불과 27년 전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으로 투입된 대한민국 군인에 의해 우리의 시민 606명이 죽음을 당한 역사적 미결 사건을, 젊은 세대와 많은 대중에게 몰랐던 혹은 기억된 사실로 인지하게 해 준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책임은 했다고 생각한다. 언제고 뚜렷한 사실이 밝혀져 우리 모두가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될, 그리하여 또 다시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일조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려면 우리에겐 과거의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각가 지올코브스키의 이성적인 말을 다시금 감정적으로 떠올리게 한 대중문화의 힘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 기회에 엉뚱한 평소 주장 한 마디. 이순신 장군의 광팬으로서, 몇 년 전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본 후 하고 다니는 말이다. "국민 기금이라도 모아 이순신 영화를 엄청나게 잘 만들어 전 세계에 보급하자."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인 CG기술을 동원하여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라면, 공감할 수 있지 않는가.
leem@yonsei.ac.kr
영화가 우리의 일상에 주는 의미는 생각 이상으로 큰 것 같다. TV든 PC든 스크린이든 그 앞에 가족과 친구들이 모이고, 남녀의 주요한 데이트 코스로 영화관이 빠지지 않는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우리의 상상 결정체이고, 영화의 배우는 우리의 실존 관심사이다. 영화처럼, 자본, 기술, 산업, 문화, 예술이 결집되어 우리의 생활과 사고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드문데, 최근 600만 관객동원을 돌파한 두 편의 영화에 대한 얘기가 분분하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는 그 화려한 CG와 볼거리에 비해 부족한 시나리오나 연기력으로 엇갈린 평을 듣고 있다. 700억의 제작비, 미국 1500개 상영관 확보 등의 얘깃거리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 눈높이 수준의 B급 영화라는 놀림거리가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국내 저명 영화감독과 평론가의 비판 발언에도 굴하지 않고 흥행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의 후하지 않은 평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이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디 워가 표방하는 한국적 SF대작의 시도와 볼거리를, 예술적 감흥을 기대하지 않고 관람비를 지불한 대중이 좋아하면 그만인 것이다. 지나친 비판적 개입은 오히려 충무로의 주류가 비주류의 신분상승을 불편해 하는 것이라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디 워가 환상적 허구에 기인한 작품이라면,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제작된 영화다. 화려한 휴가에 대한 논란은 영화 자체의 작품성보다는 5.18 민주화운동의 실체와 의미에 대한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인가?", "14세 소녀의 입장에서 알기 쉽게 5.18 사태를 알려주세요". "어느 책(교과서)에도 나와 있지 않아요", 또는 "왜 이제 와서 다시 5.18 인가?"와 같은 인터넷 글이 넘쳐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실제로 그 당시 상황을 경험했던 이들은 실제보다 그 강도가 훨씬 약하고 추상적으로 표현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시공을 넘나들며 이무기가 도심의 한복판에서 신나게 때려부수는 디 워와는 다르게, 화려한 휴가는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인식에 대해 책임이 있다. 역사적 사실임을 밝히며 관객으로 하여금 복받치는 흥분과 처절한 슬픔으로 영화의 감동을 대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도 최초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 장소가 불명인 상태에서, 기대했던 정권조차 실상과 범죄자를 밝히지 않은 이 민족의 멍에를 활용하여 대중문화로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나 화려한 휴가는, 불과 27년 전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으로 투입된 대한민국 군인에 의해 우리의 시민 606명이 죽음을 당한 역사적 미결 사건을, 젊은 세대와 많은 대중에게 몰랐던 혹은 기억된 사실로 인지하게 해 준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책임은 했다고 생각한다. 언제고 뚜렷한 사실이 밝혀져 우리 모두가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될, 그리하여 또 다시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일조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려면 우리에겐 과거의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각가 지올코브스키의 이성적인 말을 다시금 감정적으로 떠올리게 한 대중문화의 힘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 기회에 엉뚱한 평소 주장 한 마디. 이순신 장군의 광팬으로서, 몇 년 전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본 후 하고 다니는 말이다. "국민 기금이라도 모아 이순신 영화를 엄청나게 잘 만들어 전 세계에 보급하자."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인 CG기술을 동원하여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라면, 공감할 수 있지 않는가.
lee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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