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배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장


얼마전 업무상 출장을 다녀오면서 기내방송으로 '아이팟의 역사(The history of iPod)'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좀 색다른 관점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바라보았다. 즉, 과연 우리나라가 아이팟처럼 창의력이 깃든 시장창출형 제품을 선보이려면 우리 IT기업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지 자문해 보았다.

애플사가 존폐의 기로에 있을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아이팟은 이전 매킨토시 컴퓨터의 실수를 답습하는 것처럼 보였다. 매킨토시는 하드웨어 제조 및 OS 개발을 자체적으로 진행하여 경쟁자인 개방형 PC에 참패를 당했다. 그러나 구원투수로 나온 아이팟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매킨토시와 같은 폐쇄형 전략을 들고 나온다. 폐쇄형 DRM을 사용하고 아이팟 외 타 MP3플레이어는 이용불가능한 iTunes를 소개했으며, 무료 음악파일 공유가 대세일 때 유료음악 시장을 열었다. 또 팟캐스팅(podcasting), 클릭 휠 등 독자적 혁신기능을 철저히 자사제품에서만 구현시켰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대성공이었다.

같은 기업이 약 20년의 세월을 두고 다같이 창의적인 제품을 들고 나왔는데 왜 전자는 실패하고 후자는 성공했을까? 그것이 바로 매킨토시에는 없었던 아이팟 경제의 존재가 아닐까 싶다. 매킨토시에서 돌릴 수 있었던 응용SW는 경쟁자 대비 많지 않았고, 결국 소비자들은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응용SW가 많았던 PC를 선택한다. 반면 아이팟은 핵심제품과 유통 소프트웨어를 독점하는 대신 콘텐츠 시장과 액세서리 시장을 오픈해서 소비자의 사용편의성을 높였고 지원업체군을 만들어냈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아이팟 액세서리 시장 규모만 2006년에 15억달러에 달한다. 소비자들은 기술표준의 개방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사용편의성이 크고 선택의 기회가 큰 제품을 선호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돈만 된다면 중소기업이 성공한 분야에 뛰어들어 기존 업체를 고사시킨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지금은 강력한 외국경쟁자 때문에 이런 전략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는 오히려 창의적이고 이윤이 많이 남는 '멍석 깔아주기'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발전소를 세우고 마을에 전선을 들여오는 것은 창조적이고 자금여력이 있는 선도기업이 수행을 하고 일단 들어온 전기를 활용한 사무실, 주택, 상가 제공은 주변기업에 맡기는 방법이다. 창의적인 주도기업은 글로벌경쟁자가 유사한 발전소를 세우는 것에 대비해서 경쟁해야 한다.

아울러 해마다 정보를 생성저장유통열람하는 방식이 혁신적으로 진보하고 있고 우리의 정보습득 습관 역시 변모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DMB나 PMP 이용자도 적지않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한 건설업체가 제작한 아파트 CF는 가야금 연주가 들어 있는데 구글 비디오에서 검색해보면 외국인들이 열람해보고 "Amazing Wonderful Korea"를 연발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홍보를 비정부기관에서 해내고 있는 셈이다. 또한 미국 SF TV드라마에서는 여주인공으로 한국계 미국인이 나와서 가끔 한국드라마인지 미국드라마인지 혼동되기도 한다. 극중에서 그녀가 "깊은 산속 옹달샘 ~" 리듬을 허밍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깊은 산속 옹달샘'은 놀랍게도 독일민요이다.

이처럼 IT 및 방송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에서 국적이 사라진 지금이 우리나라에 무한한 도전과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예부터 '가무'를 즐기고 신속함이 몸에 밴 우리 민족은 노래방에서 한곡씩 자기만의 공연을 하고 UCC 등 신규 IT문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활성화시킨다. 이런 자생적 콘텐츠 경제를 배경으로 새로 등장하는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콘텐츠 유통과 플레이어 제조업에서 창의력을 가진 선도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에서도 우리 IT기업이 패러다임을 바꾼 창의적 제품서비스를 가지고 글로벌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