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희 성균관대 법대 교수


한미 양국은 2006년 2월 3일 FTA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마침내 2007년 4월 1일 협상을 타결했으며, 2007년 6월30일 협정문에 서명했다.

국회 비준과 이에 따른 이행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은 한국의 지재권산업, 특히 저작권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저작권에 대한 전면적인 인식 개선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법 제301조에 의거해 일방적으로 밀리다시피 하며 한국의 저작권법을 대폭 개정하고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제정했던 1986년의 협상과 비교하면, 이번 협상은 이론적으로는 미국 측에 전혀 밀리지 않은 대등한 협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FTA는 지금까지 한국이 가입하고 있었던 지재권 관련 국제조약이 규정한 최소한의 보호 기준(minimum standard)을 상회하고 또한 이를 강력히 집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규범 하에서 한국은 저작권 정책의 운용과 저작권 산업을 어떻게 유도해야 할 것인가.

첫째, 지적재산산업 선진국에 걸맞은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 국가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지재권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 내지는 보호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산업 구조에서는 지재권산업이나 첨단 산업이 기존의 전통 산업을 대신해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FTA에 의해 우리나라가 자동적으로 강국이 되는 것도 아니고 지재권 약소국으로 전락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적재산산업에 존재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한미FTA를 훌륭하게 활용하고 이를 위한 정책을 운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재권 보호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 곧 지재권 선진국에 걸맞은 인식이 필요하다. 현재까지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주로 중진국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선진국 수준의 인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재권의 보호에 있어서 맹목적인 국수주의적 자세는 버려야 하며 우리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재권을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2005년 상반기에 불법복제 상위 10개 제품중 국산 SW가 7개로 조사됐고 우리나라에서 불법 복제되는 SW 중 70%가 국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W의 불법복제를 비롯한 지재권의 침해가 개인에게는 단기적으로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국익 차원에서 보면 손해가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한미FTA의 지재권 부분은 권리 및 집행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틀 안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지재권이 약소한 국가의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외국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선진국의 경우에는 선진국에 걸맞은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및 활용이 국익에 부합한다. 한미FTA는 권리 및 집행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지만, 특히 온라인 상에서의 권리의 강력한 보호와 집행의 강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으므로 구호로만 인터넷 강국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실제로 FTA를 통해 인터넷 강국에 따르는 이점을 훌륭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창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확충하는 등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 개념에 의해 저작권은 확대 내지는 강화 일로를 걸어왔고, 이해 관계의 균형추가 권리자에 약간 기울어져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한미FTA도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온 권리의 확대 및 강화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미FTA에 포함된 저작권 쟁점들은 상당수가 우리가 먼저 주체적으로 결정하야 하는 것들이었다. 한미FTA는 우리나라가 지적재산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하며, 이를 계기로 지재권 분야에서 대외적으로 그동안 수세적인 입장에만 머물던 태도에서 이제 공세적인 입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외국의 지적재산을 가져다 쓰는 수동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것을 창조하고 이를 강력히 보호해 외국에 이용을 허락하는 능동적인 자세로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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