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회장 3명 낙마… 대수술 여론
보석으로 풀려난후 1년간 버젓이 직무수행
회장권한 축소 등 지배구조개선ㆍ감독 절실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이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거대 공룡 농협의 도덕성에 다시 한번 치명타를 입게 됐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닌 농협 회장이 지난 88년부터 3명 모두 구속되면서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더욱이 지난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1년여간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한데다 퇴진을 요구하는 직원이 소속된 지역조합의 기금을 회수하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일삼아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농협의 지배구조 개선과 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농협직원은 공무원…역대 회장 3명 구속=지난 20일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자동차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정대근 농협 회장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 및 추징금 13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이번 판결은 정부관리기업체인 농협 임직원을 준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특가법)상 뇌물수수죄를 적용한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실질적 지배가 아니더라도 법령에 따른 지도ㆍ감독을 하는 위치라면 정부관리 기업체로 봐야 한다"며 "국가가 단순한 국영기업을 벗어나 농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지도감독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구속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농협은 회장직이 지난 88년 선출직으로 변경된 뒤 역대 회장 3명 모두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한호선 초대 회장은 지난 94년, 후임인 원철희 전 회장은 99년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1년여간 버젓이 활동, 퇴진요구 지역조합 기금회수=더 큰 문제는 지난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정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뒤 1년 가까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했다는 것.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구속된 뒤 7월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8월부터 이사회나 대의원 회의에 참석하는 등 사실상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부터는 야구단 인수를 추진한데 이어 기업이미지(CI) 교체,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등 의욕적으로 경영 활동을 벌였다.

농협은 오히려 직원들의 정회장 퇴진 요구를 묵살한데 이어 보복성 기금회수도 서슴지 않았다. 농협은 지난 3월 농협노조 위원장과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본부장, 사무국장이 소속된 3개 지역조합에 무이자로 지원한 기금을 강제 회수했다.

농협 단위조합 한 간부는 "정 회장이 지난해 8월부터 사실상 모든 경영 활동에 참여했다"며 "직원들의 퇴진 요구가 거세지자 직원들에게 보복 행위를 일삼았다"고 토로했다.

◇농협 대대적 개혁 불가피=업계에서는 중장기 의사결정과 임원 인사권을 휘두르는 농협 회장의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선과 감독 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05년 농협 회장을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전환하고 농민 권익증진을 위한 대외활동에만 전념하도록 농협법을 개정했지만 이는 옥상옥의 결과를 낳았을 뿐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농협 전무이사는 물론 신용(금융), 경제(유통)사업부문 대표 등 대부분의 임원들이 사실상 정 회장이 선임한 측근들로 구성돼 회장에 대한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 회장이 뇌물을 받고 현대자동차에 농협 양재동 부지를 매각하거나 농민 권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야구단 인수를 주무부처인 농림부와 사전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 등이 단적인 예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몸집 불리기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며 "농림부는 물론 관계 부처에서 왜 두 손을 놓고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송정훈기자 repo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