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포화에 마케팅ㆍ투자비 늘어 '준 위기상황'
정부 규제 완화 속 이통사 신 성장동력 확보를



전 세계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된다.

일부 선진국에서 시장포화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유럽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1인 1휴대폰 시대를 넘어 1인 2휴대폰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서의 이통 시장 증가율은 가히 폭발적이다. 전문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1년까지 5년간 중국과 인도가 전세계 12억 모바일 가입자의 60%를 차지해 세계 무선 통신시장의 최대 성장엔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동안 무선통신서비스 보급률도 중국은 34.8%에서 69.1%로, 인도는 13.4%에서 31.0%로 각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세계 주요 이통사들의 수익률을 들여다보면, 왜 이통산업을 '황금알 거위'에 비유하는지를 더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올 3월 기준 이탈리아, 벨기에를 비롯해 유럽 주요 국가의 이통사 이익률(EBITDA 비율:법인세ㆍ이자ㆍ감가상각비를 빼기 전 이익률)이 40∼50%대에 육박하고, 한국ㆍ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와 북미, 남미의 주요 이통사들도 이익률이 20∼30%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통사들의 높은 이익률은 요금인하를 주장하는 측에 항상 새로운 논쟁거리를 제공한다. 즉, '비싼 요금 때문에 이통사들의 수익률이 높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요금인하를 주장하는 측에서 보면, 이통 시장은 '한정된 사업자들이 규제의 틀에 안주하며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곳'일 뿐이다. 대규모의 투자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업종이라는 산업적인 특성은 간과되기 십상이다. 특히 국내외 이동통신 시장이 지금까지는 고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이제는 사실상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는 점은 요금인하 논란과 관련된 논의에서 생략된 채 진행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이미 전체 인구의 80% 수준에 달하는 4178만(2007년 5월말기준)에 달한다. 유소년층을 비롯해 실제 이동통신 사용이 불가능한 계층을 제외하면 사실상 포화상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가입자들의 통화량은 계속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오히려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은 지난 2003∼2004년을 정점으로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마케팅 및 3G 투자비 부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 이통사들이 누렸던 순익구도를 향후 얼마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통사들은 이런 현 상황을 '준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입자 증가율이 정체상태에 있고 ARPU 수치가 계속 떨어지게 되면, 종국에는 수익률이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준 위기상황에서 요금문제는 이통사들이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일 수밖에 없다. 외부 압력에 밀려 요금을 인하할 경우, 당장 수익률에 큰 치명타가 될 것이고 이는 결국 '투자위축―매출부진'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비록 현재의 요금인하 논란이 '비싸다, 싸다' 논쟁에 함몰돼 있는 문제가 있지만, 경쟁 확대를 통한 요금인하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따라서 요금인하 논란의 또다른 당사자인 이통사는 '요금인하를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하는 논의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율경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요금인하 효과가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법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정부는 이런 자율경쟁을 보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통 사업자 스스로 요금인하로 인한 수익률 하락 경향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컨버전스 서비스 확대와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요금인하 문제는 단순히 소비자 후생 증대나 가계통신비 절감 차원이 아닌 우리나라 이통 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중장기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통 사업자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 걸친 생태계의 변화와 관련된 문제다.

이처럼 이통사들이 이통 산업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모습들을 보여줄 때, 요금인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도 종식될 수 있다. 요금할인 효과가 자율경쟁이라는 시스템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되, 소비자 편의를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구조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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