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임진왜란 초기인 1592년(선조 25)연 왜군에게 많은 군사를 잃은 경상우수사 원균은 전라 충청 지방에 이르는 해로(海路)의 목줄인 옥포(지금의 거제 앞바다)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라좌수사 이순신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이에 충무공은 5월 7일 새벽 일제히 배를 띄워 적을 향하다가 옥포 앞바다에 이르렀을 때 척후병이 쏘아올린 신기전(神機箭)을 보게 된다. 바로 앞에 적선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하얀 꼬리를 그으면서 올라가는 신호용 화살로부터 최초의 옥포해전이 시작된 것이다.
고려 말 최무선이 제조한 로켓형 화기인 주화(走火)를 1448년(세종 30년) 개량하여 명명한 신기전은 화살에 화약통을 달아 불을 붙이면 그 추진력에 의해 속도가 배가되는 구조로 오늘날 로켓 원리와 유사하다. 1474년(성종 5년)에 편찬된 국조오례서례 병기도설의 신기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켓병기의 기록이다.
신기전은 살상용 무기로도 뛰어났으나, 단거리 신호 연락이나 조기경보 통신용으로 더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화살 개수, 방향, 시간, 색 등을 다르게 하였을 경우 사전 약속에 의해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보낼 수 있었다. 이는 오늘날 단거리 무선통신의 역할이다. 이처럼 무선통신과 조기경보시스템의 기능을 수행한 신기전 덕택에 옥포해전과 당항포해전은 수십 척의 왜선을 격침하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동통신에서 세계적인 기술 선도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일찍부터 그 씨앗이 뿌려져 있었던 덕택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CDMA 상용화나 WiBro 등 세계를 놀라게 하는 무선통신에 관한 남다른 DNA가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중국 지린성 지안현의 광개토대왕비는 고구려 장수왕이 아버지(제19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414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대의 비석이다. 높이 6.4m로 중국에서도 최고로 큰 비에 속하며 비의 4면에 1802자가 새겨져 있다. 이로 인해 일본서기가 삼국사기보다 앞섰다는 일본 학계의 주장이 거짓이고, 고구려의 건국신화와 동북아 패자(覇者)로서의 영광이 입증되었다.
조금 각도를 달리해 본다면 광개토대왕비는 지금으로부터 1593년 전에 만든 거대한 콘텐츠이자 살아 있는 UCC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실물을 내 손 안에서 볼 수는 없지만, 오늘날 동영상에 별로 뒤지지 않는 콘텐츠이자 영원불멸의 메모리인 셈이다.
이처럼 천 년을 넘기는 거대한 저장매체를 남긴 우리 조상의 솜씨를 보자면 오늘날 우리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사실이나 각종 메모리와 USB 활용에서 앞서가고 있는 사실이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듯도 하다. 저장매체에 대한 남다른 유전인자 또한 현대에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제대로 된 콘텐츠를 남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다. 광개토대왕비가 4세기 동북아 지배를 상징하는 콘텐츠이듯, 지식정보사회의 지배자는 정보의 저장(메모리)과 콘텐츠인 것이다.
오늘날 지능정보사회의 성공 여부 역시 인프라와 콘텐츠의 선순환적 연결성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수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동영상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들이 광개토대왕비처럼 후대에 길이 남을 역사성과 창조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개개인의 성찰이 절실하다.
6월은 정보문화의 달이다. 특히 올해는 정보문화의 달이 생긴지 20년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8년 이 땅의 정보통신 선각자들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을 자각하고, 정보문화의 달을 만들어 올바른 정보통신문화를 살찌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 역시 우리 조상들의 혜안이 대물림된 것일까?
88올림픽 때 태어난 '올림픽 꿈나무'들이 20세가 되는 정보문화의 달 20주년을 맞아 6월에는 각종 의미 있는 행사들이 풍성하게 진행된다. 6월 1일부터 정보통신부 앞 광장에서 개최되는 '정보통신 어제와 오늘: 정보통신 사료유물전' 은 바로 그 서막이다.
이 행사를 가보면 오늘날 IT강국 코리아는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해서 우리가 IT강국이 되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도 물론이다.
한 가지 더 의미 깊은 행사는 6월 7일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 진행되는 정보문화헌장 선포식이다. 정보문화헌장 선포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아 우리가 정보통신문화를 어떻게 활용하고 비전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 오늘의 우리는 조상들이 지녔던 정보통신의 선각자적 마인드에 감사해야 한다. 정보통신은 어제와 오늘이 소통하는 창(窓)이기도 하고, 그 창을 통해 바로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생겨나는 것이다. ygson@kado.or.kr
임진왜란 초기인 1592년(선조 25)연 왜군에게 많은 군사를 잃은 경상우수사 원균은 전라 충청 지방에 이르는 해로(海路)의 목줄인 옥포(지금의 거제 앞바다)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라좌수사 이순신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이에 충무공은 5월 7일 새벽 일제히 배를 띄워 적을 향하다가 옥포 앞바다에 이르렀을 때 척후병이 쏘아올린 신기전(神機箭)을 보게 된다. 바로 앞에 적선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하얀 꼬리를 그으면서 올라가는 신호용 화살로부터 최초의 옥포해전이 시작된 것이다.
고려 말 최무선이 제조한 로켓형 화기인 주화(走火)를 1448년(세종 30년) 개량하여 명명한 신기전은 화살에 화약통을 달아 불을 붙이면 그 추진력에 의해 속도가 배가되는 구조로 오늘날 로켓 원리와 유사하다. 1474년(성종 5년)에 편찬된 국조오례서례 병기도설의 신기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켓병기의 기록이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동통신에서 세계적인 기술 선도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일찍부터 그 씨앗이 뿌려져 있었던 덕택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CDMA 상용화나 WiBro 등 세계를 놀라게 하는 무선통신에 관한 남다른 DNA가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중국 지린성 지안현의 광개토대왕비는 고구려 장수왕이 아버지(제19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414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대의 비석이다. 높이 6.4m로 중국에서도 최고로 큰 비에 속하며 비의 4면에 1802자가 새겨져 있다. 이로 인해 일본서기가 삼국사기보다 앞섰다는 일본 학계의 주장이 거짓이고, 고구려의 건국신화와 동북아 패자(覇者)로서의 영광이 입증되었다.
조금 각도를 달리해 본다면 광개토대왕비는 지금으로부터 1593년 전에 만든 거대한 콘텐츠이자 살아 있는 UCC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실물을 내 손 안에서 볼 수는 없지만, 오늘날 동영상에 별로 뒤지지 않는 콘텐츠이자 영원불멸의 메모리인 셈이다.
이처럼 천 년을 넘기는 거대한 저장매체를 남긴 우리 조상의 솜씨를 보자면 오늘날 우리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사실이나 각종 메모리와 USB 활용에서 앞서가고 있는 사실이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듯도 하다. 저장매체에 대한 남다른 유전인자 또한 현대에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제대로 된 콘텐츠를 남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다. 광개토대왕비가 4세기 동북아 지배를 상징하는 콘텐츠이듯, 지식정보사회의 지배자는 정보의 저장(메모리)과 콘텐츠인 것이다.
오늘날 지능정보사회의 성공 여부 역시 인프라와 콘텐츠의 선순환적 연결성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수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동영상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들이 광개토대왕비처럼 후대에 길이 남을 역사성과 창조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개개인의 성찰이 절실하다.
6월은 정보문화의 달이다. 특히 올해는 정보문화의 달이 생긴지 20년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8년 이 땅의 정보통신 선각자들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을 자각하고, 정보문화의 달을 만들어 올바른 정보통신문화를 살찌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 역시 우리 조상들의 혜안이 대물림된 것일까?
88올림픽 때 태어난 '올림픽 꿈나무'들이 20세가 되는 정보문화의 달 20주년을 맞아 6월에는 각종 의미 있는 행사들이 풍성하게 진행된다. 6월 1일부터 정보통신부 앞 광장에서 개최되는 '정보통신 어제와 오늘: 정보통신 사료유물전' 은 바로 그 서막이다.
이 행사를 가보면 오늘날 IT강국 코리아는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해서 우리가 IT강국이 되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도 물론이다.
한 가지 더 의미 깊은 행사는 6월 7일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 진행되는 정보문화헌장 선포식이다. 정보문화헌장 선포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아 우리가 정보통신문화를 어떻게 활용하고 비전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 오늘의 우리는 조상들이 지녔던 정보통신의 선각자적 마인드에 감사해야 한다. 정보통신은 어제와 오늘이 소통하는 창(窓)이기도 하고, 그 창을 통해 바로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생겨나는 것이다. ygson@kad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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