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준 모츠 대표


친동생이 무역회사에서 해외 수출입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오 년 전쯤 어느 날인가 심각한 얼굴로 찾아와서 더 나이 들기 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며 그 일은 '목수일'이라고 했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공방에서는 주로 회원을 대상으로 한 목공예 강의와 주문가구 제작으로 수익을 냈었는데, 국내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회원이 증가하며 현재는 대기업 임원급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동생 나무공방에서 목업 제작 때문에 몇 일 동안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매일 공방에 나와 하루종일 가구를 제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알고 보니 새집으로 이사갈 예정이었는데, 새집의 가구는 자신이 만들고 싶어 일주일간 휴가를 내어 아이들 책상, 서재 책장, 주방 식탁, 침대, 의자 등등의 가구를 직접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비용을 물어보니 순수 재료비만 200만원 정도 들었다는데 그 정도 액수이면 가구점에서 편안하게 쇼핑하면서 구입할 수 있는 액수인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구 하나하나 마다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가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제는 생필품의 의미는 먹고사는데 필요한 물건들이 아니라, 어떤 물건이 감성적으로 중요한지를 일컫는 시대가 되었다. IT제품도 더 이상 특별한 제품이 아니라 공산품화돼가고 있기 때문에 감성이 차지하는 부분이 중요하게 됐다.

점점 늘어가는 프로슈머(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로 제품 개발과 생산에 소비자가 참여하는 방식)들 활동은 기업으로 하여금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는데 더 많은 변수가 추가됨을 의미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는 소비자가 감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자신의 경제적 요건 등을 무시하고 구매하거나, 재료를 구입하여 자신이 만들어 자급자족하는 것에서 나아가 시장에 다시 자신의 생산품을 내놓는 새로운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 DIY 프로슈머들의 확대로 디자인 관련 소품 온라인 쇼핑몰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새로운 유통시장으로 각광 받으며 커지고 있고, 소비자들은 대량생산에 의한 획일화된 제품이 아닌 DIY 프로슈머들이 생산한 다양한 디자인의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에 감성적 관심을 옮겨가고 있다.

진보하는 이들 DIY 프로슈머 제품군 또한 과거의 조그마한 생활 소품에서 벗어나 비록 소량 생산이지만 제품기획에 참여하는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IT제품을 만들기 위해 부품을 구입하고 제작하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따라서 제조회사들은 진보하는 이들 DIY 프로슈머들과 경쟁을 벌이면서 한편으론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마케팅을 구체적으로 개발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산업시대의 소비자들은 대량생산의 산물인 가격하락과 끊임없이 쏟아지는 광고에 소비심리가 결정되었지만, 지금의 정보시대에는 일방적인 광고보다는 온라인 쇼핑몰의 제품후기나 리뷰사이트에서 얼리어답터들이 무료로 제공하는 정보를 더 신뢰하고 있다. 이 얼리어답터들 또한 제품의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그룹으로 이들 또한 정보제공형 프로슈머다. 이러한 프로슈머들의 확대증가는 전통적인 소비자들의 감소를 불러오고, 기업과 회사가 소비자들을 '수치적 시장'으로 분석하는 과거의 기법을 벗어나 이제는 '감성적 주체'로 분석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을 의미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예측한 것처럼 현대사회는 정보화의 시대다. 그 결과로 정보를 가지고 생산과 개발에 참여하는 'DIY타입의 프로슈머'는 향후 기업마케팅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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