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섭 엑스너 대표이사 겸 삼정KPMG 상무이사


지난 달 금융감독원 발표에 의하면, 2011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2009년부터는 해외증시 상장 등의 사유로 조기도입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선택적인 적용이 허용되며, 2013년에는 모든 상장사들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인해 제도상 가장 크게 변화되는 부분은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로서 인정받게 된다는 점이다.

연결재무제표란 한 회사만을 대상으로 작성되는 개별재무제표와는 달리 둘 이상의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들로 이루어진 기업집단을 마치 하나의 경제적 조직체인 것처럼 종합하여 표시하는 재무제표로서, 국내에서는 1993 회계연도부터 자회사를 가진 모회사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여 공시해야 할 법적인 의무를 가진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과는 달리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1~2달 후에 공표되는 보조적인 재무제표로만 활용됨으로 인해, 외부 투자가나 내부 경영진 모두에게 그 효용성이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서 각 기업들은 개별재무제표 작성 시 연결재무제표와 유사한 효과를 내고 있는 지분법평가를 시행해야 하고, 연결재무제표로도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는 추가로 결합재무제표도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이로 인해, 선진국의 경우 연결재무제표 한 가지만 작성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연결재무제표와 유사한 지분법평가 및 결합재무제표 등 3중고의 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어 복잡한 공시체제가 연결재무제표 중심으로 단일화되면 이 모순점들이 일시에 해결될 수 있으며, 추가적으로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첫째, 모회사에 집중되는 공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부실 자회사를 정리하거나 우량 자회사의 지분율을 높이는 등 복잡한 지배구조가 자연스럽게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한편, 실제로 지배하지 않으면서도 계열사 지분을 억지로 떠안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남은 기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지배할 것인가, 지배하지 않을 것인가'. 둘째, 모회사의 높은 경영관리 수준을 해외 자회사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하므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관리 수준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해외로 진출하기에만 급급했던 기업들도 지금까지 등한시 해 온 경영관리 분야에도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따리 장사 같은 관리방식은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개별재무제표가 기업의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기업부담의 과중과 준비부족이라는 명목으로 연결재무제표의 주재무제표화를 고의적으로 지연시켜 왔으나, 이제는 자본시장의 FTA라 할 수 있는 국제회계기준 전면 도입을 계기로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 기업, 투자자 등 각 회계 주체들이 기업 투명성 확보와 글로벌 경영관리 수준의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남은 기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정책 당국은 확고한 정책 방향을 가지고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고, 연결납세 제도의 조기 시행 등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는 것이 정책 방향이라면, 계정과목의 수도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는 등 기업 공시에 따른 리스크 부담도 아울러 줄여 주어야 한다. 또한, 기업도 기존의 당면한 과제를 마냥 회피하려던 자세를 버리고,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중심의 경영관리 체제의 구축과 기업가치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 모든 내부관리 프로세스를 연결 중심으로 바꾸는 등 경영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로서 받아들이고,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은 ERP 구축과 같이 필수적인 것이며,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회계법인, 회계기준원, 컨설팅 업체 등에서는 구체적인 연결결산 및 연결감사의 표준 프로세스를 마련하여 기업의 작성실무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저렴하고 안정된 시스템 공급을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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