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숨결' 멀지 않은곳… 하늘아래 첫도시


'남미의 티벳'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볼리비아. 볼리비아에 가는 여행자들은 일단 소금 사막, 살라르 데 우유니(salar de uyuni)를 찾는다. 끝없이 펼쳐진 소금 사막은 '세계의 베스트 여행지' 목록에 빠지는 일이 없을 정도의 스타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곳을 꿈꾼다.

그러나 막상 볼리비아에 도착하니 우유니도 우유니지만, 기대하지 못했던 보석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안데스의 바람소리를 즐길 수 있는 라 파즈, 볼리비아의 옛 영화를 엿볼 수 있는 포토시, 온통 파스텔톤의 동화같은 수크레, 문화유산인 티와나쿠, 아마존을 볼 수 있는 루레나바켕까지 볼리비아는 자연에서부터 유적, 사람, 문화까지 모든 즐거움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특히나 주머니가 홀쭉한 여행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여행지였다. 1000원으로 치킨정식을 먹고 250원으로 한 시간 동안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물론 속도는 묻지 마시라). 악명 높은 강도와 소매치기에 대한 걱정만 없다면, 볼리비아는 그야말로 천국 같은 곳이다.

#하늘을 만져봐(tocando el cielo)

볼리비아에서의 본격적인 여행은 '라 파즈(La Paz)'에서 시작됐다. '평화'라는 이름을 가진 라 파즈는 해발 3660m에 자리하고 있어, 세계의 수도 중 최고(最高)다. 오죽하면 시티 투어 버스에 '하늘을 만져봐(tocando el cielo)'라는 문구가 써 있을까. 2층으로 된 시티 투어버스는 하늘을 만질 수 있게 뚜껑까지 열려 있었다. 버스 2층에 여유롭게 앉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심호흡을 하다 보니 마음이 확 트이는 것이, 세상에 더 부러울 게 없었다.

마음껏 하늘을 즐기던 라 파즈의 낮만큼이나 바람의 소리로 물들었던 라 파즈의 밤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볼리비아에 오기 전부터 라 파즈에 가면 안데스 음악을 제대로 느껴 보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던 터라, 라 파즈에 도착한 첫날부터 페냐(pena)로 향했다. 페냐는 안데스의 바람 소리와 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볼리비아판 라이브 소극장으로, 보통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문을 여는데 밤 10시쯤부터 새벽 4시에 끝난다.

페냐의 이름은 '태양의 문'. 좁은 골목을 지나 들어간 페냐는 이름에 걸맞게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고 축제는 이미 시작돼 있었다. 기타를 모방해서 만들었다는 볼리비아의 전통악기 차랑고는 태양의 문을 흥겹게 달구고 있었고 산뽀냐와 같은 바람의 악기를 든 연주자들은 마치 안데스산맥을 질주하듯 신나게 연주하고 있었다.

#신나는 안데스 바람의 소리

재미있는 것은 젊은이부터 나이 지긋하신 분까지 모두들 앉아 있지 못하고 일어나 춤을 추고 있더라는 것. 막춤처럼 프리 스타일의 춤을 추더니 왈츠처럼 신나는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자 약속이나 한 듯 하얀 손을 하나씩 꺼내들었다. 알고 보니 이 춤은 볼리비아 사람들의 국민댄스, '쿠에카(cueca)'였다. 페냐에서 만난 친구 글로리아는 그저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는 나를 잡아끌더니 즉석에서 쿠에카를 가르쳐줬다.

"하나 둘, 하나 둘. 이럴 때 흔드는 거야. 그렇지 그래, 바로 그거야"

역시 음악과 춤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리듬 속에 빠지는 것이었다. 글로리아와 함께 코카 잎에 레몬 소주처럼 생긴 칵테일을 홀짝이면서 볼리비아의 신나는 밤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새벽 1시. 태양의 문을 뒤로하고 특별한 이들이 공연을 한다는 하무이(Jamuy)라는 또 다른 페냐로 향했다. 그곳에는 가수 이승철을 닮은 볼리비안 그룹사운드의 열창이 한창이었다. 그들의 연주에 흥겨움은 절정에 달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놀기 시작했다.

그들의 음악은 원주민들의 음악이 스페인의 영향을 받으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안데스 폴크로레였다. 이들의 음악에 빠지면 안 되는 피리 께냐와 작은 기타인 차랑고는 안데스 음악 특유의 매혹적인 소리를 내고 있었다. 척박한 안데스 지방에서 그들이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면서 만들어 낸 안데스 음악, 스스로 그들의 전통 음악을 사랑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긴긴 밤을 찰라처럼 보냈던 페냐에서의 흥겨움과 안데스 폴크로레 음악이 주는 소리의 아름다움, 그리고 볼리비아 사람들이 보여준 친절과 전통을 아끼는 마음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여행작가 www.traveldesign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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