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간 거래' 새 전환점… 미 금융기법 파악하자

금융정보 해외이전 정보유출 우려
관련 법 제도 정비 선진화 계기로
유예기간동안 안전장치 마련해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통 끝에 타결됐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한미 FTA가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당장 국내 금융시장에 우려할 만한 수준의 파장을 몰고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경간 거래가 무역관련 보험서비스 등에 한해 감독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한데다 신금융서비스 역시 국내에 지점이나 현지법인이 있는 경우로 제한한데 따른 것이다. 세이프가드 도입, 국책은행의 특수성 인정 등 정부의 요구 조건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도 요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우리가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인터넷을 통한 국경간 거래가 허용된 데다 파생상품 등의 신금융서비스가 대거 유입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금융정보의 해외 이전 허용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고객 피해는 물론 외국사들의 급격한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디지털타임스는 지난 6일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긴급 좌담회를 갖고 한미 FTA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이에 따른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일시 및 장소: 4월6일 오전 10시 은행연합회 16층 뱅커스클럽

◇참석자(가나다순)

△김필규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

△이태열 보험개발원 연구조정실장

△하준경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사회=김욱원 디지털타임스 경제과학부장

-사회=한미 FTA 타결이 됐는데 최종 결과가 우리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큰 틀에서 전체적인 평가를 한다면?

△하준경 위원=서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타결된 것 같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외환위기 이후에 이미 많은 개방이 있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개방할 게 별로 없어 큰 부담이 없이 임했던 부분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도 금융부문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미국의 은행산업은 국가의 인프라이기 때문에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다. 그래서 미국도 우리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과거 협상과 비교할 때 이 정도면 잘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김필규 위원=우리나라의 과거 개방의 역사를 살펴보면 크게 세번의 단계가 있었다. 처음에는 OECD 가입이고 두번째는 외환위기 이후 어쩔 수 없이 열어야 했다. 이 두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이번 FTA협상은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했고 협상 과정에서 요구 조건을 동등한 입장에서 전달하고 나름대로 잘 지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 이전의 개방 때 시장을 워낙 많이 열었다. 세이프가드 같은 것도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에서 타결이 됐다. 나름대로 상당히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이태열 실장=국경간 거래의 경우 해상보험이나 재보험 정도에서 제한됐고 자체도 비대면 방식으로 허용하는 등 제한 조건을 많이 두어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OECD에 가입할 때 생명보험, 장기손해보험을 열어놓은 상태였다. 신금융서비스도 상당히 긴장했던 부분인데 우리나라의 법체계나 규제 체계를 그대로 두고 우리나라의 법체계에서만 공급할 수 있다고 제한해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다. 협상은 비교적 잘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회=이번 협상에서 세이프가드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였는데, 우리가 세이프가드를 확보하게 된 것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나.

△하 위원=실제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크기 때문에 발동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꼭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볼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었다. 어느 나라든지 금융위기가 그 나라의 역사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금융위기를 한 번 호되게 겪은 나라로, 확률은 거의 없더라도 앞으로 일어날 지 모르는 대비 장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을 안심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김 위원=거꾸로 미국 입장에서는 전례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쟁점이 많이 됐다. 경제적인 의미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사회=우체국 보험 특수성 인정과 공제사업자의 감독당국 규제 강화와 관련해 영업 위축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데, 향후 전망은?

△이 실장=우체국보험 같은 경우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사실상 대부분의 국가에서 민영화 과정을 밟고 있다. 협정이 맺지 않았더라도 감독강화나 장기적인 민영화 방안 마련은 자체적으로라도 논의될 수밖에 없었다. 없었던 게 나온 게 아니고 애초에 이런 방향으로 가야되겠다고 진전되고 있던 것이 그냥 확인되는 상황이 아닌가하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사회=인터넷을 통한 국경간 거래가 일부 개방 됐는데, 국내 시장에 미칠 파장은 어느 정도라 생각하는가.

△하 위원=은행산업은 애당초 국경간 거래가 허용이 안 된다. 국경간 거래가 네거티브(Negative)시스템이 아니고 포지티브(Positive)시스템이기 때문에 은행은 전혀 영향이 없다.

△김 위원=자발적으로 예금을 하거나 보험을 드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지금 말씀하시는 건 일부 부수 서비스다. 자문, 컨설팅 등은 이런 부가 서비스의 하나로 보면 된다. 이런 것들은 지금도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

△이 실장=전체적으로 보면 일반 소비자가 연루된 거래는 미국도 대단히 보수적인 입장이다. 다만 손해보험,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자신들이 자신 있게 나간 게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이미 OECD에 가입하면서 허용됐던 분야이기 때문에 실정법보다 FTA에서 허용범위가 좁혀져서 논의가 됐다. 위험평가나 보험자문은 법에 개념 자체가 돼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FTA가 체결되면서 등록을 요구한다든지 감독권 안으로 들어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회=미국에는 있는데 국내에는 없는 신금융서비스가 미국 현지법인이나 지점에 한해 허용되면서 파생상품이 대거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김 위원=초기에는 사실 신금융서비스라는 게 우리에게 굉장히 낯설었고 말 그대로 굉장히 모호한 개념이었다. 그래서 사실 많은 사람이 우려를 했다. 실제로 모양을 만들어 보면 가장 대표적인 게 파생상품이다. 그래서 사실은 처음에는 신금융서비스쪽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협상을 하면서 국내 규제를 받도록 하고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인허가까지를 협상 내용에 포함시킴으로서 충분한 칸막이가 마련됐다. 외국의 사례를 들어다보면 호주나 싱가포르 같은 경우도 현지의 법을 적용 받도록 했다. 우리가 찾은 지금까지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까지 호주에서도 신금융서비스를 하겠다고 인가를 해 준 게 한 건도 없다. 하지만 잠재적 우려는 여전히 있는 상황인 것 같다.

△하 위원=법체계가 포지티브 시스템이기 때문에 현재 법 체계를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하나 안하나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앞으로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좀 더 많아 질 것이기 때문에 상품 개발을 확대하는 촉매제는 될 수 있다. 과거 당국이 상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던 것도 이제는 좀 더 투명하게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빨리 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실장=실제로 말은 신금융서비스인데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런 저런 제한이 걸린다. 국내에 있는 신상품을 내놓는 거나 신금융서비스라고 받아 와서 내놓는 거나 거의 차이가 없는 형태다. 직접적인 파급력은 떨어진다.

-사회=금융정보의 해외 이전 허용은 2년의 유예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 정보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하 위원=우리나라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 법규상 감독당국이 승인을 해주면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법률적으로 명쾌하게 정리가 안되어 있는 부분이다. 담당자가 된다고 하면 되고 안된다고 하면 안되는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결국 금융시스템의 선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고객 정보가 보호되지 않고 제3자에게 빼돌려져 고객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안전장치를 유예기간 동안 만들게 되면 부작용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고 금융제도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사회=한미 FTA 협상이 타결됐지만 국회 비준절차 등에 이어 국내 법률 개정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데, 향후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의 대응 방안이 있다면?

△김 위원=그동안 국내에 국경간 거래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다. 예를 들어 거래 상대자의 법률을 인정해 줄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없다. 이런 것에 대한 가이드를 만들고 국경간 거래를 어떻게 규율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앞으로 규제 관련 부문도 서로 협의를 하도록 돼 있다. 사실 우리가 미국에서 금융규제를 어떻게 하는 지 잘 알지 못한다. 투자자 보호,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필요 없는 제도는 보다 투명하게 하고 미국의 금융제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하 위원=이번에 FTA가 체결되면 앞으로 금융서비스위원회, 보험실무협의회 등이 구성된다. 또한 현재 90%인 은행의 자산의무유지비율을 폐지하고 보험의 재보험 예치금을 완화해 준다든지, 증권의 미국 진출 직원들의 자격 인정 등에 대해 협의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FTA 협정을 수세적으로만 볼께 아니고 미국시장에서 좀 더 많이 배우겠다는 공세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미국시장을 당장 잠식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선진 노하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실장=세계적으로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나라가 미국이다. 전문집단이 발달돼 있고 협상력이 뛰어나서 이번 협상 경험이 다른 나라와 협상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은 보험만 보더라도 주마다 법이 다르고 사용하는 용어도 서로 틀리다. 그래서 앞으로는 주별로 차이나는 제도적 특수성을 잘 검토해 우리가 관심이 있는 지역의 법률 변화 같은 것들을(미국 연방 전체의 변화가 아니더라도) 눈여겨봐야 장기적으로 FTA를 맺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시장을 막는 것에 집착했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얻어올 것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김 위원=이번 FTA 협상을 보면 비교적 업계 의견들을 광범위하게 청취하고 반영하려고 하는 자세를 협상단이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지난번 몬테나 협상에서 각 협회가 현지에 가서 미국측 협상단과 함께 논의하기도 했다. 또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TF(데스크포스)회의를 30번도 넘게 했다. 이런 면에서 결과도 결과지만 프로세스에서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송정훈기자 repor@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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