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RoHS' 중국 '오염방지법'시행
그린소비자 겨냥 친환경제품 개발을



"2100년 지구의 기온이 지금보다 최고 4도까지 올라 북극의 빙산과 태평양 섬나라들이 사라지는 '환경 재앙'을 맞을 것이다."

최근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발표한 '지구 온난화 최종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유ㆍ석탄ㆍ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지목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이에 따라 각 국에서는 환경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환경규제의 강화는 전 세계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경영상 지표로 환경경영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수출이 중심인 한국 전자ㆍIT 업계는 이같은 환경 규제의 움직임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위기요인이자 중국 등 후발 경쟁국가를 따돌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환경규제 움직임= 지난해 7월 유럽연합은 제품에 납과 수은, 카드뮴 등 6대 유해물질의 사용을 제한하는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을 시행한다. 이 규정은 6대 유해물질이 포함된 제품의 EU 관내 반입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수출이 주력인 국내 기업에는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앞서 EU는 폐차처리지침과 폐가전 수거의무를 둔 WEEE를 발동한 바 있다.

실제 EU의 RoHS 시행으로 납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국내 PDP 업체의 경우 유예 판정으로 위기를 연장했지만 한때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유럽은 앞으로도 에코디자인을 의무화하는 EUP와 화학물질 등록평가승인을 의무화하는 REACH 등 연속적으로 환경규제를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중국도 자국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환경오염국의 오명을 탈피하기 위해 이 달부터 전자정보제품오염방지법을 시행했고, 폐가전제품 회수처리 관리 조례와 자동차 환경관리 및 재활용 정책을 연속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NGO와 지역사회의 환경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되고 있다. 산업단지의 오염배출로 인한 피해로 기업과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들도 기업의 환경 평가결과를 토대로 금융활동을 전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제 비환경 기업은 투자유치활동을 펼칠 수도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시티그룹과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등은 각자 환경방침을 운영하고 이으며, 이같은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3000조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공해를 유발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재료를 사용하는 기업은 세계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우리나라가 2013∼2017년에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에 오를 경우 그 의무는 고스란히 기업들에 돌아가게 된다. 기업 존속과 경쟁력 확보에 있어 최대 위기가 도래한 셈이다.

◇그린 소비자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도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만든 제품에 20%의 추가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인 '로하스(LOHAS)족'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의 32%는 로하스족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환경 규제가 기업에게 짐이 되고 있지만 동시에 기회가 되는 요소다. 환경 규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친환경 제품을 선보일 경우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도요타가 GM과의 경쟁을 뚫고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었던 힘도 친환경 노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도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선보여 친환경차에 대한 미국 정부의 혜택을 등에 업고 시장에서 성공했다. 도요타는 환경경영이 기업 경쟁력 제고에 어떤 힘을 발휘하지는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GE는 2005년 '에코매지내이션(Ecomagination)'이라는 환경경영 정책을 선포하며 2010년까지 친환경제품으로 2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새롭게 기업이미지를 제고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그린 소비자를 겨냥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친환경상품 시장은 2004년 3조2000억원에서 2010년에는 16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인 단체들은 기업의 환경경영과 친환경상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고, 정부도 친환경상품법을 시행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기업의 경쟁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문제를 소홀히 한 기업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미국의 몬산토사는 2002년 유기염소화합물(PCB) 유출사건으로 주민들에게 700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배상해야 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소니유럽의 경우 2001년 플레이스테이션에 사용된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해 출하가 정지되며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1999년 컴팩의 경우 제품에서 할로겐 난연제가 검출돼 공급계약이 파기된 사례가 있다.

이근형기자 r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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