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개인적으로 30년 가까이 SW와 관계되는 일을 해왔지만 SW가 하나의 산업으로 보이기 시작한지는 20년 정도 된 것 같다.

필자가 직장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만해도 SW는 고사하고 컴퓨터 매뉴얼도 없어서 외국의 그것을 해석하며 배워나갔는데, 지금은 시장규모가 20조원이 될 만큼 성장했으니 말이다. 또한 SW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기관도 만들고 기업체들이 모여 협회를 만든 것이 80년대 중후반이었으니 대략 20년으로 봐도 무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우리 SW산업이 SW강국이라는 열매를 맺기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SW제값주기에서부터 대ㆍ중소기업 상생, 품질경쟁력 강화, 글로벌 SW기업 육성 등 많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그동안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SW산업을 건실한 청년으로 키웠다면 이제 해외시장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글로벌 청년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 정부차원에서도 IT강국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SW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SW기업뿐만 아니라 SW기업을 대표하는 SW산업협회, IT서비스협회, GS인증사협회 등 여러 단체에서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그동안 SW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20년간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SW산업협회가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고 대중소기업 상생과 글로벌 시장 개척에 매진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신임 회장이 글로벌 기업에서 미국을 총괄하는 뉴욕법인 사장 등을 지낸 해외통이어서 SW기업의 글로벌 지원 사업에 역량을 십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IT서비스 업계와 전문솔루션 업체 사이에서 협력모델을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진출의 가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SW기업이 나와야 한다. 단순히 일회성 구호로서가 아니다. SW기업의 글로벌화는 우리나라 SW산업이 발전하느냐, 그대로 주저 않느냐가 달려 있는 중대한 문제다. SW산업이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4%로 전체 산업평균성장률 5.6%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아직 글로벌 기업이라고 이름표를 달만한 기업은 아직 없다. 국가별 100대 SI기업들을 보더라도 SW 선진국인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일본이 15개나 되지만 우리는 겨우 3개 기업이 있을 뿐이다. 패키지 SW는 아예 명함도 못 내밀고 있다. 국내 업체당 평균 매출액도 10억원이 채 안된다. SW업체가 돈을 많이 벌고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SW강국이 된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 휴대폰 강국'으로 불리는 것도 모두 해당 산업의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몇 백억, 몇 천억원씩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육성만이 SW강국의 실체다.

이제 정부를 비롯해 기업, 협ㆍ단체, 대학, 개발자 등 SW산업의 각 축들이 SW강국 육성을 위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것도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력을 빠르게 따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속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SW산업 환경에서 글로벌 SW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각 단체가, 기업 간 독자적으로 움직인다고 이뤄지기 어렵다. 대ㆍ중소기업, 정부, 대학, 개발자 등 각 주체가 역할을 분담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때 비로소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IT서비스기업과 SW기업간 협력모델을 만들어 해외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제품이 우수하더라도 SW기업 독자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힘들다. 우선 우수한 SW제품들이 내수시장에서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도록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배려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정보화를 일군 전자정부 등 국내 프로젝트를 IT서비스업체와 SW업체가 동반하여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올 연말 SW산업인의 날에는 성공모델을 가지고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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