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기업 도약위한 창조적 역량강화 역점
경영권 승계ㆍ지배구조 개선등 '넘어야 할 산'
관료주의 '최대 적'… 전문가 애정어린 충고



"오르기는 어려우나 떨어지기는 쉬운 정상의 발치에 서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05년, 이제 삼성이 일류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며, 초일류 기업으로 나가야 한다는 신년사에서 밝힌 말이다.

지난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후 20년간 삼성 그룹의 성장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만하다. 이제 과제는 향후 20년, 100년 후에도 삼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글로벌리더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을 것인가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우선 최근 들어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영의 실현이다. 또 이건희 회장에서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와 그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건이다.

또 오랜 기간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안정적인 체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삼성 내부에 퍼지고 있는 관료주의(뷰로크라시, Bureaucracy)와 줄서기 폐해에 대한 타파도 숙제로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창조경영의 현실화=최근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 잭 웰치 GE 전 회장은 보스톤과 한국을 연결한 위성 대담에서 "한국에는 애플의 아이팟과 같은 창조적인 제품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한국의 경쟁력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잭 웰치 회장은 이같은 창조적 사고는 동양적 유교문화의 연공서열에서는 만들어지기 힘들며,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통해 창조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인센티브 면에서는 삼성이 타 그룹보다 낫다는 평이다. 하지만 삼성이 창조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선뜻 답하기 곤란하다.

이런 이유에서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부터 줄 곧 '창조 경영'을 주장해왔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TFT LCD, 디지털TV 시장에서 세계 톱의 위치에 오르면서 과거 선두기업을 따라가던 전략은 한계에 도달했다.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이 이미 생산한 제품을 따라 잡아 양산성 경쟁에서 앞서던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앞선 창조를 통해 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후발주자들에게 추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위기감이 '창조'라는 새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그룹 내부적으로 창조경영을 현실화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상무가 주도하는 미래기술연구회(미기연)가 삼성종합기술원과는 다른 차원의 창조적 산물을 배출할 수 있는 첨단기초연구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창조경영을 구체화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 각사별로 창조경영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올해 마련해 향후 10년, 20년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문제의 해소와 경영권 승계=현재 삼성 그룹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의 지배구조 문제다. 지난해말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삼성 금융의 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또한 에버랜드 CB의 저가 발행 문제와 관련한 항소심 소송도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두가지 문제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상무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의 변수로 떠올라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조용하면서 원만한 경영권 이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산법 적용에 따라 삼성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력 약화가 우려돼 삼성 그룹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재계에서 내다보는 시나리오로는 최소한 5년 이내에 이재용 상무가 경영권을 승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나이가 46세였던 점과, 아직도 경영일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올해 40세가 되는 이 상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전자나 계열사에서 최소 5년간의 경영수업을 더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이 상무가 안정적 경영성과를 보여야만 이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나리오다. 이같은 지배구조 문제 해소와 안정적 경영권 승계가 향후 삼성의 안정적 순항에 중요한 키포인트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파벌과 관료주의=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7년 자신의 저서인 '생각 좀 하며 세상을 살자'라는 에세이집에서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의 예를 다음과 같은 들었다.

사람들의 대표적인 유형에는 예스맨과 소신파가 있고, 스파이더맨이나 관료화된 인간이 있다며, 예스맨은 듣기 좋은 말만 하지만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사람은 역시 소신파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혈연, 학연, 지연을 중시하는 스파이더맨(거미줄 인간)도 있다며, 실력보다는 연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스파이더맨의 전형이라고 지적하고, 이런 유형은 파벌을 조성해 인화를 해칠 우려가 있으니 경계하라고 꼬집었다.

또 권위주의에 젖은 '관료화된 인간'도 있다며 자리가 높아지면서 관료화되는 사람도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뷰로크라시 체제 하에선 자율과 창의가 꽃필 수 없다고 말했다. 관료주의적인 사람 밑에는 권위주의자, 형식주의자들이 많이 모인다며, 이들 밑에서는 큰 인물이 자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 그룹이 이 회장이 지적한 그 상황이 아닌 지 되짚어볼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잘 나가는 삼성의 최대 적은 뷰로크라시다"고 잘라 말했다. 지나치게 관료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삼성전자의 전직 임원 출신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파벌 구조는 이제 너무 굳어 깰 수 없는 구조가 됐다"며 "고구마 줄기처럼 한 줄기를 빼려하면 그 무리에 섞인 전체가 엮여 나와 뺄 수가 없는 상황에 왔다"는 충고를 했다.

주변의 이같은 지적이 실제와 다르기를 바라는 것이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심정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것이 현실이라면 삼성이 창조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길에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오동희기자 h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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