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권 수석논설위원


요즘 '주몽'이 인기다. 매주 월, 화요일 저녁에 방영하는 이 드라마는 매회 시청률이 30%를 넘는다. 고구려 이전의 역사를 다루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살아 있고, 주몽(송일국), 소서노(한혜진), 대소왕자(김승수), 모팔모(이계인) 등 등장 인물들이 펼치는 사랑과 갈등, 대결이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게 하나 더 있다. 드라마의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모티브인 '초강법(超强法) 비밀'이 바로 그것이다. 초강법은 당시 부여가 한나라의 철기군에 맞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터득해야 했던 핵심ㆍ원천기술로, 나라의 운명이 바로 여기에 달려 있었다.

작년 이맘 때 대단원의 막을 내린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도 핵심ㆍ원천기술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김 훈의 '칼의 노래'가 촉발한 '인간 이순신' 열풍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이 드라마는, 23전23승이라는 기적 같은 승리 뒤에는 당시 왜군의 무기체계를 압도하는 핵심ㆍ원천기술이 있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조선 수군의 '판옥선'은 왜군 전함 '아케다'를 압도했고, 판옥선 위에 장착된 장거리 화포는 왜군 조총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이는 제1차 세계 대전때 새로 등장한 전차ㆍ전투기ㆍ잠수함 등 근대 무기체계가, 2차 세계 대전때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일거에 전세를 바꿔놓은 것과도 같은 것이었다. 핵심ㆍ원천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무기체계의 등장이 전쟁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놓았던 것이다.

핵심ㆍ원천기술이 중요한 게 어디 전쟁뿐이겠는가. 국가간, 기업간에 벌어지는 경제전쟁에서는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게 바로 이 핵심ㆍ원천기술이다. 이것의 확보 여부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달라진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연구개발(R&D)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핵심ㆍ원천기술 확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핵심ㆍ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국가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우리나라는 산업재산권 출원건수가 세계 4위로, 양적으로만 보면 이미 세계 4위의 지식재산 강국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연 딴판이다. 핵심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 지급으로 인해 기술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20억2300만달러였던 것이 2002년에는 20억8300만달러, 2003년에는 21억달러, 2004년에는 25억달러, 2005년에는 27억달러로 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마저 로열티 면에서는 아직 적자를 보이고 있고,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로열티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아우성 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와이브로(휴대인터넷)가 미국 전역에 진출하게 된 것은 대단한 개가가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가 기지국 장비ㆍ단말기ㆍ칩셋 등을 제공함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게 된 것도 다행이지만, 전세계 4세대(G) 이동통신 시장에서 우리가 독자 개발한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주도권을 행사하게 됐다는 것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임주환 원장은 "20년 전 TDX 개발은 모방이었고, 10년 전 CDMA는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한 것이었지만, 와이브로와 DMB는 우리의 독자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선정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은 지금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고, 중국은 고속성장하며 우리를 바짝 뒤쫓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중국을 따돌리고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는 핵심원천기술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 와이브로ㆍDMB 같은 사례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 이것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고귀한 유산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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