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한국방송광고공사 전문위원


우리나라 방송시장의 문제로 유료방송의 저가 수신료 구조, 지상파방송 독과점 심화, 수요 공급의 불균형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미 무료, 유료시장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면서 문제는 점점 더 구조화 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시장획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시장구조는 마치 요즘 인기 있는 종합격투기의 무체급 경기와 흡사하다. 무료방송, 유료방송이 서로 뒤엉켜서 한정된 광고시장을 놓고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다. 날이 갈수록 시장은 더 복잡해져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매우 한정돼있어 심각성은 더해진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지금을 '미디어 난개발 시대'라고 까지 표현한다.

이런 와중에서 최근 월드컵 기간 중에 시범적으로 허용했던 지상파방송의 다채널 서비스의 일종인 MMS를 둘러싼 지상파와 케이블업계간의 대립 양상은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와의 관계를 한마디로 묘사하면 콘텐츠는 지상파가, 플랫폼은 케이블이 장악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지상파방송 문제의 핵심은 언제나 독과점이었다. 그 중에서 지상파 네트워크는 사실상 무력화돼가고 있는데 반해 콘텐츠 분야에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는 옳다.

케이블TV업계가 모처럼 SO, PP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MMS에 반대하고 있는 까닭도 지상파방송의 콘텐츠 독과점 심화로 유료방송시장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업자의 이해에 따른 입장 차이 일수는 있지만 시청자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이에 대한 정책당국의 접근과 해법은 당연히 매체간 균형발전과 경쟁력 강화라는 서로 상반되는 목표를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상파의 디지털화를 통한 MMS서비스는 허용하는 게 옳다고 본다. 양질의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시청자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지금까지 뉴미디어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적 진보가 적었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바람직한 면이 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지상파는 자회사 PP를 통해 케이블 및 위성방송 같은 유료방송에 진출한 사업에서 대대적으로 철수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 현실에서 확실한 매체간 균형발전의 실현방안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플랫폼이 생겼지만 그에 따른 콘텐츠 시장이 발달하지 못하는 근본원인은 양질의 무료시장 즉, 지상파방송이 선행시장을 형성하고 그 뒤를 유료방송시장이 따라가고 있어 구조적으로 유료 영상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구도를 그대로 놓고 MMS 문제를 다루기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허용하면 지상파 중심구도 심화, 불허하면 지상파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측은 MMS가 다채널 서비스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상파가 MMS를 통해 일정한 다채널 서비스를 하게 한다면 PP사업 축소의 명분이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지상파는 콘텐츠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켜서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문화상품의 특성상 해외진출이 결코 쉽지 않지만 이미 지난 몇 년간 한류를 통해 그 가능성은 입증됐다. 지상파방송은 이제 단기적인 손익을 따지기보다는 시선을 멀리 던지는 큰 그림을 그릴 때다.

새로 출범하는 3기 방송위원회도 방송통신융합을 위한 논의와 연계시켜 좀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시장획정을 해나가면서 매체간 균형발전 이슈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3기 방송위원회를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띄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그 같은 정치력을 이제 방송구도를 새롭게 하는데 마음껏 발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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